초등학교 1학년 일기장을 만나다.
초등학교 일기 쓰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고 합니다.
일기 쓰기보다는 일기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초등학교 일기 검사가 아동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고, 누군가는 여기에 동의하고 또 누군가는 반기를 든 모양입니다. 인권위원회가 이런 의견을 낸 것이 지난 2011년이니, 일기 검사를 어떻게 볼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은 충분히 겪어낸 것 같습니다.
일기 검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리들의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려볼까요? 저는 국민학교를 다녔습니다. 국민학교의 선생님들이 모두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이들을 조금 차별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저는 6학년 담임선생님께서 특별히 더 그랬다고 기억하는데, 왜 그랬는지 몰라도 그분은 저를 특별히 더 미워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1년 내내 제 일기장에는 도장조차 찍어주시지 않았습니다. 학습된 무기력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할까요? 친구들의 일기장에는 한 줄 코멘트도 달아주고 하는데, 제 일기장에는 도장도 없으니 1년 내내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고, 내 글쓰기에 문제가 있나 생각이 들며, 일기 쓰기가 곤욕이었습니다.
꼭 같은 경우만은 아닐 겁니다. 검사를 받기 위해 써야 하는 그 자체가 곤욕인 경우가 일반적이지요. 방학이면 밀린 일기를 쓰느라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낸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일기란 자신의 생각 혹은 일상의 기록을 자유롭게 적어보는 것인데, 숙제로 억지로 쓰며 글쓰기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만 쌓게 되지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셈입니다. 실제로 일기 검사 때문에 글쓰기가 싫어졌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이렇게 생각이 이어지니 일기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제주도에 한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아이들 하나하나 관심을 주는 참 좋은 학교입니다. 교장선생님이 뜻한 바가 있어 일기 검사를 금지했다고 합니다. 대신 독서지도를 활발히 하며 다른 글쓰기 지도를 보강하였고요. 일기 검사를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글쓰기를 좋아하게 될까요? 아쉽게도 여전히 아이들은 글쓰기를 힘들어합니다. 글쓰기란 원래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리고 충격적인 점 한 가지, 이 초등학교에서는 아무도 일기를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일기 쓰는 것이 즐거웠던 아이조차도 검사를 하지 않으니 서서히 일기를 쓰지 않게 되더군요.
독서지도를 하고, 책 읽고 글을 쓰는 연습을 따로 하는데 굳이 일기를 써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일기 쓰기 습관을 잘 들여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옮기며 감정을 해소하고, 또 글을 통해 소통하는 연습을 위해 일기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일기는 특정한 형식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연습해 볼 수 있습니다. 언어능력이 성장하는 시절인 아동기에 입말을 글말로 편안하게 옮기며 언어능력을 성장시키기에 일기만큼 훌륭한 도구가 없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일기 쓰기 습관을 들여주기 위해서는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며 검사를 해야 한다는 순환적 딜레마 상황에 빠지게 되네요. 그래서 아이에게 일기 습관을 들여 주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그 방법론을 연재해볼까 합니다. 아이에게 좋은 글쓰기 습관을 들여 주고 싶은 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차분히 만나 뵙겠습니다.
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사소한숙제가아니다> 저자
<초등1,2학년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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