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주제 정하기의 비밀
아이들은 일기장을 펼치면 똑같은 말을 합니다. 쓸 말이 없다는 얘기 말입니다.
쓸 말이 없는데 억지로 한 장을 채워야 하는 아이들도 곤욕이지만, 그것을 지켜보며 화를 참아야 할 어머님들도 참 곤욕일 것입니다.
결국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잖아. 그거 써" 라며 왜 쓸 말이 없냐는 말을 툭 내뱉게 되죠.
실랑이를 벌이다 보면 일기 숙제 따위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마음도 들 수 있습니다.
혹시 쓸 말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심정은 어떨지 생각해 보셨나요?
사실 저는 아이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글을 쓰는 입장이라, 쓸 말이 없는데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곤욕도 그런 곤욕이 없습니다.
"일요일에 영화 본 것 써봐." 보통 일기 주제를 정할 때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 방식이지요?
아이가 특별한 일을 써야 한다고 믿게 만들면 일기 쓰기를 위해 매일매일 특별한 일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일기 쓸거리를 가르칠 때 "쓸 것이 없다고 써보렴.", "공부하기 싫다고 써보렴." 이렇게 가르칩니다.
무슨 말일까요? 아이가 진짜 하고 싶은 말, 그것을 찾아서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에 있는 말을 글로 옮기는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아이가 지금 기억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주세요.
그리고 그것을 글로 옮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아이가 쓴 일기를 공개할게요.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019년 9월 18일
날씨 : 5분 만에 땀범벅이 될 정도로 더웠다.
주제 : 학교에 입고 갈 옷
내일 학교에 한복을 입고 오라고 하셨다. 그런데 친구들은 한복이 없어서 안 입고 온다고 말했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만약에 한복을 입고 가면 학교에서 불편할 것 같다. 그리고 한복을 입고 갔는데, 나 빼고 한복을 입은 사람이 없으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고, 뛰어 놀지도 못할 것 같다.
나는 미래를 보고 싶다. 왜냐하면 다른 나를 놀릴까 봐 무섭기 때문이다. 미래를 볼 수 있는 물건이 있었으면 좋겠다. 만약에 미래를 볼 수 있는 물건이 있으면 빌려야겠다.
잘 쓴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지 않나요? 잘 쓴 일기, 못 쓴 일기가 어디 있습니까?
솔직한 일기가 최고 아닐까요?
초등학교 입학 직전, 그러니까 8살에 가르쳐서 이제 4학년이 되었습니다. 3년 이상 가르쳐왔네요.
물론 지금은 이 아이의 독해력을 키워주는 수업을 하고 있어, 더 이상 일기 쓰기를 가르치진 않습니다. 가끔 아이가 쓴 일기를 보여달라고 할 뿐이죠.
다행히 아직도 스스스로 알아서 일기를 잘 써주고 있으며, 보여달라고 하면 선뜻 잘 보여주기도 합니다.
처음 일기 쓰기를 시작할 때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서 편하게 쓰도록 가르쳤고, 그 글을 통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일기 쓰기는 첫 기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 글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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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사소한숙제가아니다> 저자
<초등1,2학년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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