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은 없어도...

암세포 세포분열

by mmyoo

퇴원한 어머니는 아버지와 시골 농장으로 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몇 년 전 조그만 밭을 사서 블루베리 나무를 심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밭 한편에 들깨를 심었는데, 베어서 말려야 한다고 퇴원하자 들깨부터 챙깁니다.


"지금 들깨가 문제야? 엄마 몸이 중요하지."

"자식같이 키웠는데 들깨도 문제지. 엄마는 지금 뭐 하나 아픈 것도 없다.


참 이상합니다. 대한민국 사망률 1위인 병에 걸렸는데 당장은 어떤 통증도 증상도 없습니다. 가슴에 콩알만 한 암세포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습니다. 믿기 쉽지 않지만, 암에 의한 실질적인 사망원인은 영양실조입니다. 말기암 환자들이 영양실조 환자처럼 피골이 상접한 것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물론 암세포가 장기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암세포만의 사망원인은 영양실조입니다.


모든 암은 1개의 암세포에서 시작됩니다. 1개의 암세포가 2개, 2개의 암세포가 4개로, 다시 8개로 16개로, 32개에서 64개로 이렇게 30번 정도 세포분열을 하면 7억 개가량의 암세포로 늘어납니다. 31번째 분열로 10억 개 이상의 암세포로 늘어나면 크기가 1cm 정도 되는데, 이때야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암세포가 30번 세포분열을 해서 그 수를 10억 개 이상 늘려가는 동안 세상의 모든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검진이 가능한 30번째 세포분열 이후 10번 더 세포 분열하면 암세포 수는 몇십 조로 늘어납니다. 10조 이상 늘어난 암세포들이 온몸의 당을 흡수하여 인간은 결국 영양실조로 사망하게 되지요. 암세포는 일반세포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당을 소비합니다. PET CT는 비정상적으로 포도당을 머금고 있는 세포들을 촬영하기 때문에 암세포의 분포를 파악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현대 의학에서 암 치료는 30번째 세포분열 이후 발견에서 40번째 세포분열까지 10번의 세포분열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의 영역입니다. 암세포의 성질을 파악하고 수술로 암세포를 제거하고, 항암제로 세포를 파괴하고 통제하느냐의 문제이지요.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조직을 도려내고, 세포분열을 억제하고, 몸속으로 퍼진 암세포를 제거하냐의 영역입니다.


세포분열로 늘어난 암세포 중에서는 항암제로 잘 치료할 수 있는 세포가 있는가 하면, 내성이 강한 세포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쉬고 있는 휴면 세포가 있는가 하면 세포분열이 왕성한 세포도 있습니다. 당연히 내성이 강한 세포와 세포분열이 왕성한 세포가 많을수록 위험합니다. 일반인들의 몸속에도 암세포들이 있습니다. 면역세포가 이들 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에 암 덩어리로 자라지 못할 뿐입니다.


9월 1일 유방암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은 암 조직이 10월 중순에 2.7센티로 자랐다고 합니다. 9월과 10월 사이에 최소한 한 번의 세포분열을 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번 세포분열 스케줄도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몇 십억 개로 늘어나는 암세포들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검사 외에는 어떤 치료도 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암세포들은 분열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엄마 부탁할게. 약국 가서 기생충약 사서 하루에 한 알씩 먹어주면 안 될까?”

“기생충약은 와?”


동물 구충제라고 하는 펜벤다졸의 벤드이미다졸 구조는 암세포의 세포분열을 방해합니다. 임상실험을 마친 사람용 구충제인 메벤다졸과 알벤다졸도 같은 화학구조를 가진 약입니다. 하나의 암세포가 두 개로 분열하면 떨어져서 각각의 세포로 분리되어야 하는데, 벤드이미다졸이 세포가 분리되는 것을 막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기생충약은 암세포의 당대사를 막아서 괴사시킨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분열하고 있는 암세포의 세포분열을 막고 하나라도 더 죽일 수 있다면 구충제를 먹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먹어야 합니다.


"구충제, 약국 가니까 천 원 하더라. 뭐 먹어보지. 니가 먹으라니까 먹어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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