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색깔 희석시키기

「언니는 외계인」을 읽고

by 므니

「몬스터 차일드」로 유명하신 이재문 작가님의 책인지 모르고 사서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책이어서 냉큼 빌려왔다. 제목이나 표지가 확 끌리지는 않았지만 읽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니 치려고 했던 빗장을 걷고 읽어 보았다. 그런데 왠 걸. 읽자마자 빠져 드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 나 판타지 또는 미래소설 좋아하네? 그러고 보니 최근에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영어덜트 소설이라고 했던 「스노볼」도 판타지였다.



때는 정확히 나오진 않았지만 21세기가 지난 시점이었다. 우주 개발이 많이 되어 행성 간 교류가 활발하고 이동이 자유로워 각 행성에 사는 외계인들과도 우주촌 시대를 살아가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안키노스 행성의 사람인 안키노스인 얀과 지구인 미소는 자매이다. 미소는 지구인이지만 부모님이 얀을 입양하는 바람에 원치도 않는 언니가 생기게 된다. 얀은 안키노스인이어서 피부를 보호하는 프로텍트 스킨이라는 옷을 입어야 생활이 가능하고 지구에서의 삶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그마저도 마음을 열지 않고 적대시하는 미소와의 관계도 어렵다. 미소 가족은 얀을 위해 안키노스로 가는 여행을 계획하고, 퀀텀익스프레스에 탑승하게 되는데 그만 사고가 나고 만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얀과 미소의 어색하고 미묘하고 날이 선 갈등 관계가 다루어지면서 나와 다른 너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 줘야 한다는 공익광고와 같은 메시지는 워낙 익숙하지만 항상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와 다르다면 이질감에, 낯섦에 다가가기가 힘들고 적응하기가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그 당연한 것이 미소의 행동과 말을 통해 표현되니 읽으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미소의 모습이 내 모습이 아닌 가 해서 말이다.



이 책 역시 아이와 함께 읽었다. 책은 221쪽으로 되어 있어서 초4 정도의 어린이부터는 무난하게 읽을 만한 분량과 내용으로 보인다. 더구나 과학과 우주를 사랑하는 어린이라면 더 환영할 이야기이다. 역시 과학과 우주를 사랑하는 우리 첫째는 제목부터 흥미를 가지며 단숨에 읽었다.


"저는 제일 인상 깊은 장면이 얀이 마지막에 선택을 하는 장면이었어요. 얀의 선택을 보고 너무 힘들지는 않을까.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아했거든요."

"그래, 힘들겠지만 그런 선택을 한 얀이 참 대단하기도 하더라. 엄마는 미소의 변화가 반갑고 기뻤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미소가 변하면서 한층 더 자란 것 같더라고."

"저는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체체의 용기도 칭찬해 주고 싶었어요. 위험을 무릅쓰고 폐쇄 역까지 갔잖아요. 참! 드라코도 엄청 신기하더라고요. 저번에 읽었던 핑스에서 핑스의 눈물같이 드라코도 얀을 도와준 게 신기했어요."


미래소설, 판타지소설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살아 숨 쉬는 것은 역시 사람이었다. 외계인으로 나온 얀도 외계사람이니 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 보여 주었다. 미소의 모습을 보며 속 좁고, 자신 밖에 모르고 경솔한 모습이 불편했던 건 그 모습들을 고스란히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켕겼기 때문이다.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투명하게 비추이는 아이들의 모습에 이미 많이 한쪽으로 물들어 있는 나만의 색깔을 잠시라도 잊고 희석시켜 다른 색이 들어와 섞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좋다.

다시 어떤 청소년 소설을 읽을지 어슬렁어슬렁 기웃거리며 살펴본다. 아이도 읽고 나도 읽고 계속 읽는 독서가를 꿈꾸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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