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라는 정원

「우리의 정원」을 읽고

by 므니

* 책에 대한 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표지만 봐도 딱 알 수 있듯, 여학생들의 이야기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림체도 서정적이고 여학생 네 명이 사이좋게 앉아서 책을 보고 수다를 떠는 모습이 평화롭고 예뻤다.


여고를 나오지 않고 남녀공학 고등학교를 나와서 여고만의 서정적인 감성이나 유머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여행을 하듯 이야기를 통해 고등학생 때를 소환하기도 지금 아이들의 정서를 알아가면서 책을 읽었다. 이 책 역시 아이가 먼저 읽고 재미있다고 추천해 주어서 읽게 되었다. 다 읽고 나서는 우리 애는 남자아이인데 뭐가 재미있다는 거지?라는 물음표가 생겼고, 대화를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되니 이유가 더 재미있어서 웃었다.



이야기 전체는 정원이라는 주인공을 둘러싸고 여고생이라면, 사춘기의 열병이 끝나지 않았다면, 그 시절 그 또래 친구 관계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이 잔잔한 에피소드를 타고 흘러나오는 이야기이다. 정원이는 아이돌 그룹 에이세븐의 팬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에게는 입덕한 것이 비밀이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반쯤 숨기고 사는데, 같은 그룹의 팬이어서 알게 된 트위터 친구인 달이와는 허물없이 자신의 속내를 터 놓기도 하는 등 생활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산다. 그런데 갑자기 달이의 계정이 사라지고 달이와의 연락이 끊어져 버린다. 상실감이 큰 정원이었지만, 자신과 같이 속내를 감추고 있는 혜수와 친해지기 위해 여러 방법을 쓰며 노력한다.


우연히 학교에서 알게 된 에이세븐 팬인 친구 3명과도 친밀해지게 되며 상담선생님, 책방 주인 부부와도 관계를 하며 사춘기의 마지막 열병을 잘 달래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에는 요즘 아이들의 문화가 잘 녹아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팬덤문화의 하나인 팬픽을 쓰기도 하며, 멤버의 생일에 생일카페를 찾아가기도 하는 등 우리 때는 경험할 수 없었던 요즘 아이들의 문화가 드러나 있었다.


그렇지만 여고생은 여고생이어서 순수하고 해맑은 감성에 읽고 있으면 미소도 지어졌다. 이런 부분이 나의 감성이라서 우리 아들은 도대체 어느 부분이 재미가 있을까 하며 의아했었다.



"아들,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어? 아이돌 팬으로 카페 가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들은 어땠어?"

"솔직히 그런 부분은 낯설기도 하고 재미가 있진 않았어요. 저는 달이가 누구일지, 정원이 친구 중에 달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단서를 찾으며 추리를 하듯 책을 읽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재미있다고 느껴졌어요."


아! 이럴 수가! 역시 아들은 남자이고 엄마인 나는 여자다. 감상 포인트가 전혀 달랐던 것이다. 여고생의 하이틴 소설을 무슨 재미로 읽고 재미있다고 했던 건지 정말 의아했는데,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달이의 정체를 궁금해하고, 누구일지 찾는 재미로 책을 읽었다고 하니. 다른 감상포인트에 적잖이 놀랐다.


"엄마는 달이가 누구인 것 같았어요?"

"으응?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글쎄, 너는 누구 같았어?"

"그 여레 있잖아요! 걔가 달이 같았어요."

"아, 그렇구나.(크게 관심이 없었으므로)."

"보세요. 이 부분에서 여레가 달이라는 게 좀 비치지 않아요?"

"아, 그런 것 같기도 하네.(생각해 본 적이 없음)."



아무튼 같은 책을 읽어도 전혀 다른 관점에서 책을 읽을 수 있구나 해서 놀랐고, 자신의 생각과 마음이 투영되어 책을 읽는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확연히 다른 감상평이라서 또 놀랐다. 이게 같은 책을 읽고 나누는 기쁨과 서로를 알아가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책을 매개로 해서 나누는 대화는 즐겁고 신이 난다.


워킹맘으로 일과 가정에서의 일을 다 하면서 삶이 분주하고 동동거릴 때가 다반사이지만, 아이와 책을 읽고 책 대화하는 시간만큼은 꼭 빼먹지 않고 가지는 시간이다. 아이도 다를 때와는 달리 책 대화를 할 때는 친절하고 상냥해지는 엄마를 아는 것인지 이 시간을 기다리고 즐거워한다.

또 자신이 먼저 읽고 읽으라고 독촉하는 책을 읽으러 이만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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