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는 한동안 잠잠했다. 눈빛도 착했다. 현수의 변화에 미선은 안도했고, 그것은 잠시 가슴을 부풀게 했다. 착각이었다. 아니, 반쯤은 사실이었을지도...
“선생님. 첫날 선생님 봤을 때 선생님 얼굴만 빛난 거 알아요? 우리 반 선생님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진짜 딱 걸린 거 있죠?”
현수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이 예뻤다. 다니던 학원을 그만둔 후 현수는 동규와 함께 남아서 공부를 했다. 동규보다는 똑똑한 편이었지만, 누적된 학습부진은 또래아이들 수준을 따라오지 못했다. 미선은 잠깐 욕심을 부렸다가 깔끔히 두 손, 두발을 들었다. 지도수당으로 간식이나 잘 먹이자 싶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을 주문하기 바빴다. 달콤한 간식의 양만큼 현수의 달콤한 말은 늘어갔고, 동규는 혼자였을 때보다 더 표정이 밝아보였다. 정서적 지원과 교감의 시간이라 하자. 그러자. 미선은 이 시간을 그렇게 위안 삼았다. 하지만 달콤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학부모 참관 하에 스포츠데이가 있는 날이었다. 무지개학교는 언제부턴가 학부모들을 초청하여 학년별로 게임형식의 체육대회를 벌였다. 학부모들이 같이 참여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초청할 필요가 있을까 했지만, 의외로 학부모들은 반응은 뜨거웠다. 옛날 운동회도 생각나고, 아이들이 활동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좋다며 학부모 운영위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스포츠데이는 희한한 형국이 되었다. 아이가 기죽을까 봐 회사 연차까지 쓰고 참석하는 엄마들이 있는가 하면, 코빼기도 안 보이는 집도 있었다. 휴식시간에 간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아이 입에 넣어주는 다른 집 엄마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며, 정수기 물을 홀짝거리고 마시며 어색하게 땀을 닦고 앉아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마성리 아이들도 대부분 후자에 속했다. 선생님들은 선생님들대로 가시방석이었다. 놀이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여러 변수를 지도하면서 자칫하면 민원의 올무에 걸리기 십상이었다. 미선은 학부모들의 시선을 피할 노련함이 부족했다. 청백팀으로 갈리면서 영민이 현수와 같은 팀이 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게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