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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momo Dec 11. 2024

종료

다음 날, 현수는 엉망이 된 얼굴로 교실에 들어왔다. 미선은 입술이 터져 그늘진 얼굴로 앉아있는 현수를 교실밖으로 불러냈다.


"현수야."

미선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현수는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훔쳤다. 미선은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하고, 현수의 등만 쓸어내렸다. 창밖으로 까치떼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푸르륵 흩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집에 와도 애 챙겨줄 사람이 없어 돈이 아까워도 학원을 보낸 건데 소용없는 짓이었네예. 지 애비한테 두드려 맞는 걸 제가 말렸어예. 챙겨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미선의 전화에 현수고모는 그렇게 말했다. 엄연한 학교폭력 사안이었음에도 현수고모는 관대했다.


"작은 동네에서 서로 다 아는 처지에 그럴 수 있나요 뭐. 현수 단속 잘 시키겠습니다."

그 말이 끝이었다. 마성리 아이들은 학폭의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일 때가 많았다. 그래서 웬만하면 자기네들끼리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학폭으로 접수하는 걸 꺼려했다. 아이의 일로 학교를 드나들며 서로 얼굴 붉히고 시간 뺏는 일은 피차에 만들지 말자는 약속이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아이가 맞고 왔어요. 이건 아동학대 아닌가요?"

답답한 마음에 미선은 교감선생님을 찾아갔다. 복무규정도 어기고 혼자 오지랖을 떤 것 같아 어제 사실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다. 교사는 아동 학대 정황 포착 시 신고의무자이기 때문에 학대 정황만 보고 찾아간 것이었다. 교감 선생님은 눈살을 찌푸렸다.


"여태 신고해서 좋은 꼴은 못 봤어요. 그냥 조용히 지도하고 기다려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신고하면 선생님만 피곤해져."

답답했다. 연구실에서 미선의 이야기를 들은 동학년 선생님들의 반응도 별다르지 않았다.


"그건 교감선생님 말이 맞을 거예요. 신고한 선생님만 난처해져."

"아니, 그런데 그 고모란 사람도 염치없다. 선생님이 대신 내 준 돈은 받았어요?"

"그걸 왜 자기가 내? 부모님께 바로 전화해야지."

"아이고, 대단하다. 나는 그리 못한다. 열정이 있네, 열정이. 신규교사는 다르네."

마침 휴대폰 벨이 울렸고, 미선은 붉어진 얼굴로 연구실 문을 닫으며 나왔다.


"미선샘, 착한 아이 콤플렉스 있는 거 아냐?"

"참교사 콤플렉스?"

"하하, 너무 오랜만에 듣는 단어다, 참교사."

뒤통수에서 들리는 선배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미선의 가슴을 때렸다.  


"너무 다 안고 가려고 하지마. 자기가 다쳐."

지은샘이 토닥거리며 지나갔다. 눈물이 핑 돌았다. 통화버튼을 밀었다.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안내원 멘트였다. 미선은 대답도 않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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