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보려고 해봤자

어차피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일은

by 파스칼

날씨가 풀려서 인지 점심만 먹고 나면 식곤증이 몰려온다. 눈은 분명히 뜨고 있는데, 뇌는 잠들어있는것 같은 기분알아?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잠이 몰려오고 있어.


아침에는 분명 적당히 쌀쌀한 날씨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는데, 점심만 먹고나면 이렇게 되. 아마도 봄의 따뜻함이 몰려오면서 얼어있던 몸이 녹고, 긴장해있던 나의 다른 무언가들이 같이 녹고 있는거 같아. 요즘 완전히 무장해제 되어있는 상태야.


솔직히 이런 멍한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아. 머리속을 강제로 비우는 느낌이긴 하지만, 생각이 많은 나에게는 조금의 마취제같은 느낌이니까. 다만 조금 투정아닌 투정을 부리자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언가 일을 하려해도 글자가 눈 바로앞에서 튕겨져 나가. 어떤 생각을 하려해도 생각의 회로가 한 바퀴이상을 돌지 못하고 말이야.


그래도 일은 해야하니까.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억지로 산책도 해보고, 커피도 마셔보는데 꿈쩍도 안해. 괜히 포털사이트에 '식곤증 해결법'도 검색해보곤 하는데, 나는 과식도 하지않고, 비타민도 잘 챙겨먹고 있는데 정말 해결법을 알고 있는건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더라고.


사실 이게 식곤증인지는 모르겠는게, 이 상태로 꽤 오랜시간 간다는 거야. 저녁 때쯤 되면 이상하게 몸이 무거워지고, 집에 돌아오면 바닥에 미처 치우지 못한 이불만 눈에 보이고, 나는 주저없이 그 위로 누워버리고 말아. 그리고는 멍하게 천장을 바라본다. 눈만 꿈뻑꿈뻑 거리면서. 해야 할 일은 머리속에 가득차서 순서대로 정렬되어 있는데도 그래. 그러니까 마음만 괜히 더 조급해지지. 해야 할 일과 욕심은 산더미같은데 몸이 내맘같지 않으니까.



분명히 겨울에서 봄이 올 때쯤 까지만 해도 에너지가 넘쳐서 뭐든 지 할 수 있을 거 같은 나였는데. 평소하던 일도 몇배로 해내고, 더 많은 계획과 목표을 세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그러는 거냐면서 괜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다 결국은 다시 눈만 꿈뻑꿈뻑.


이게 계절을 빙자한 정신적 나태함일까? 아니면 단지 계절을 온 몸과 정신으로 받아들이는 중인건가? 나도 잘 모르겠어. 한가지 확실한 건 내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는 거지. 마음대로 잘되지않는다는건 고민해도 결과는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겠지. 당분간은 이 시기가 지나갈때까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될거 같아.


겨울동안 잔뜩 긴장하고 있던 나에게 조금은 쉬라고 하는 걸까.

몰라, 이게 사실 쉬고 싶어서 스스로까지 속이면서 거짓말하는건지.


기왕 이렇게 된거 어쩔수 없잖아?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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