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금씩 감정을 살해하는 중
어릴 때부터 너무나도 쉽게 했던 말
'솔직해져 봐.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다른 사람이 뭐가 중요해, 네가 제일 중요한 거야'
그래서 나도 그렇게 살았었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했고, 남들보다 나 자신이 행복한 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었던 거 같아. 그렇게 학창 시절을 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찾으려 하다 보니 다양한 경험도 많이 해볼 수 있었지. 근데 이제 와서 보니 그게 쉽지 만은 않더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표현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의 방향이 같은 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져 무언가를 하고, 추억을 쌓을 수 있잖아. 성장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성장할 수 있었어.
하지만 결국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고, 자신의 가치와 그동안 걸어온 길을 바탕으로 직업을 선택하거나, 어떤 행위를 통해 결국 수익을 벌어야 해. 그때부터가 시작인 거 같아. 조금씩 마음을 죽이기 시작하는 시기.
아무도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를 바라면서도, 솔직하기를 바라지는 않지.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 그냥 그런 애가 돼버리는 것이 현대 사회니까. 이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문득 내 감정이 잔잔한 호수가 되어버려. 정확히 말하면 잔잔한 호수보다는 아스팔트가 맞는 표현일 거 같아.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
아마도 그런 거겠지. 처음에는 불합리한 일에 분노가 끓고, 비효율적인 일에 답답함을 느꼈을 거야. 하지만 어느새 그 일원이 되어서 나도 함께 굴러가는 거겠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최근에 취업 준비를 여전히 하고 있는 나의 친구 얘기를 들었어. 면접을 보기 위해 스스로를 꾸며내는 게 힘들다고. 어쩔 수 없이 웃어야 하고, 그들의 기준에 맞춰야 하니까. 그게 내 생각에도 불변의 법칙이라는 생각은 하지. 근데 그게 과연 인생 전반에 걸쳐 좋은 일일까 싶더라. 그래서 내가 그랬지. "면접은 너도 회사를 평가하는 자리야. 그 사람들이 너를 평가하는 동시에, 너도 그 사람들을 평가하면 돼".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주접이었다.
다음날 돌아간 회사에서 나의 모습 그 어디에도 그 사람들을 평가하는 태도 따위는 볼 수도 없었고,
그제야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의 감정을 스스로 살해하면서 나 스스로 인생의 행복 따위는 느낄 수 없는 무미건조한 상태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고.
최근에는 나의 감정에 심폐소생술을 하는 중이야. 언젠가 보겠지라고만 했던 드라마도 몰아보면서 푹 빠져서 감정이입도 해보고, 악기도 배우면서 괜히 혼자 일류 아티스트라도 된 마냥 음악을 느끼면서 연주하고, 바쁘다고 핑계되면서 연말에만 보던 친구들까지 연락해서 시답잖은 옛날 얘기들로 떠들면서.
회사는 어쩔 수 없이 그런 곳이야. 여러 사람이 있고, 심지어 계층까지 있지.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닐 거고, 더더욱 사회 부적응자라는 말은 어울리지도 않아.
나는 그냥, 단지 나의 감정에 충실할 시간이 필요한 것뿐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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