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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J Jul 03. 2024

독일 병원은 혹시나? 역시나..

예약과 약속의 의미란?







내가 거주하고 있는 독일의 의료 시스템은 병원에 가려면 우선 주치의와의 예약을 잡아야 하고 그 예약마저도 늘 밀려있기에 오래 기다린 후에야 의사를 만날 수 있게 된다.


* 이 글은 공보험 기준이며 독일의 사보험 가입 기준은 연봉이 세전 69300유로 (한화 1억 320만 원) 이상이며 사보험 가입자가 우선으로 공보험 가입자보다 좀 더 빠른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누군가가 예약 취소를 해서 정말 운이 좋지 않고서야 빠른 예약을 잡는 것은 쉽지 않으며 심지어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라도 한 경우에는 새 병원의 환자가 되는 것도 쉽지 않다.








나의 경우는 한 번 심한 감기 몸살로 약을 처방받으려고 주치의와의 예약을 잡으려고 했다가 3주 후에나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내 끙끙 앓다가 몸살 증상이 거의 다 없어지고 나서야 의사를 만나게 되었던 적도 있다.





그리고 독일 병원의 예약시간은 폼이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정확하지가 않다.


병원 진료가 있을 때에는 늘 일찍 가서 기다리는 편에 속해서 아직까지는 예약에 늦어본 적은 없지만 다른 환자의 경우 5분 늦었는데 예약이 취소당하고 다음 예약이 3주 뒤로 잡히는 경우를 목격한 적이 있다.


예약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그 시간보다 늦으면 취소를 하는 게 당연하기는 한데 제시간에 와도 대기실에서 환자들이 오래 기다리게 되는 입장이니 그렇게까지 많이 늦은 것도 아닌데 너무 매정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병원 입장에서 물론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당연히 늦어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예약을 하고도 기본 30분에서 1시간 이상을 기다리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으니 가끔 예약 시간은 왜 존재하는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렇게 오래 기다긴 기다림 끝에 주치의를 만나서 증상을 얘기한 후 주치의 선에서 해결이 된다면 바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전문 진료인 산부인과, 정형외과, 피부과, 정신과 등의 경우에는 주치의가 써주는 환자 의뢰서(Überweisungsschein)를 가지고 병원 여러 곳에 전화를 걸고 새로운 환자를 받아주는지 일일이 확인을 하고 받아준다고 하는 병원을 찾으면 그제야 예약 후 오래 기다려서 의사를 만난 후에야 드디어 치료를 받게 되는데 몇몇 전문병원 같은 경우에는 늘 환자가 많아서 주치의의 의뢰서를 가지고도 예약을 잡는 게 쉽지 않다.



나의 경우에는 심리상담과 정신과가 그러했다.


올해 불면증으로 2달 정도  하루 1시간 반에서 많아야 2시간 정도 겨우 자면서 생활이 안 될 정도로 수면 패턴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고 견디다 못해서 난생처음 수면제 처방을 위해서 주치의를 만났다가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진료를 추천받아서 의뢰서를 받아왔다.


정신과 치료의 경우 공보험으로 커버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직접 담당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서 원하는 진료가 커버가 되는지 확인을 해야 하고 또 아무 정신과에나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보험에서 커버가 가능한 특정한 병원이 지정되어 있으므로 이 병원을 따로 찾아야 한다.


여러 군데에 전화를 돌려도 받아주는 병원을 찾는 게 쉽지 않아서 찾다가 현재는 흐지부지 되어버린 상태인데 다행히 지금은 불면증이 많이 좋아져서 요즘은 아무리 못 자도 5시간 정도는 자는 거 같다.








이렇게 예약을 잡기 힘든 독일 병원에서 정말 예외적으로 유일하게 당일에 바로 가서 진료를 본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그게 나의 첫 독일 병원 가정의학과(Hausarzt) 방문이었다.


독일에 온 첫 해, 에어컨 없이 맞는 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타들어가는 듯한 강한 햇볕에 못 이긴 나머지 탈수로 쓰러져서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물론 이 나름의 위급한 상황에도 병원에 가기 전에 진료가 가능한지 확인 전화는 필수다.


아마도 현재 거주하는 뮌헨이었다면 바로 응급실에 가는 편이 나았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는 가장 가까운 슈퍼도 차 타고 25분 정도가 걸릴 정도의 시골에 거주 중이었으므로 응급실이 있는 큰 병원은 족히 1시간은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자 의사를 보려면 2주를 기다려야 한다더니 통증의 정도를 1에서 10의 스케일 중 숫자로 표현하면 뭐냐고 예의상 물은 듯한 심드렁한 간호사에게 정말 애타는 목소리로 1000이라고 대답을 하자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그러면 일단 장담은 못하지만 병원에 와 보기는 하라고 했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해서 도저히 앉아있을 힘이 없어서 양해를 구하고 의자 2개를 합쳐서 상체만 쪼그리고 겨우 누워있으며 화장실을 한 8번쯤 거의 바닥에 기어 다니다시피 왔다 갔다 하면서 한 1시간 반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나의 이름이 호명됐다.


당일이라도 진료를 봐줘서 고마운 마음과 동시에 아파죽겠고 환자도 별로 없어 보였는데 이렇게까지 오래 기다려야 할 일인지 짜증도 솟구쳤지만 짜증내거나 불평할 기운 따위는 내게 사치였다.



증상을 얘기하자 아무래도 탈수 같다고 수액을 권했는데 병원에 마땅히 수액을 맞을 곳이 없어서 수술대 테이블 같은 차디찬 곳에 누워서 덜덜 떨다가 몇 번을 정신을 놓고 기절했다 깨다가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약간 희미하게 남아있는데 이날 이후로 여름에는 평소보다도 더 특별히 신경 써서 물을 마시고 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위급한 환자가 먼저인 응급실에서는 대기 시간이 당연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


몇 년 전에 갑자기 숨이 잘 안 쉬어지고 가슴이 답답해서 응급실을 딱 한 번 가 본 적이 있는데 물론 이때도 통증 정도를 질문했으며 5시간 넘게 기다려서 의사를 5분쯤 보고 또 잠시 기다리라더니 1시간이 다 되어서야 다시 돌아와서는 갑자기 입원을 권했다.


준비가 하나도 안 된 상태에서 권하는 입원에다가 입원을 할 만한 때가 아니었던지라 그냥 약 처방만 받고 나왔는데 분명 응급실에 간 건 저녁 7시쯤이었는데 병원에서 나올 때쯤은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https://brunch.co.kr/@by-neuller/24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지난 글과 이어지는 내용인데 뇌종양 판정을 받고도 거의 방치당하다가 약 4개월을 기다려서 드디어 의사를 만나게 되었고 지난주에 채혈을 하고 왔다.


그리고 분명 진료실에서 나오기 전에 통화가 가능한 요일과 시간을 물었고 이야기를 해줬더니 월요일에 전화를 주겠다고 했는데 화요일 저녁인 현재까지도 연락이 없다.


어제도 오늘도 하루종일 기다리다가 아까 병원 문 닫기 1시간쯤 전에 전화를 걸었더니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에만 통화 연결이 가능하다고 한다.





내일 오전에 병원에 전화를 다시 걸어볼 예정인데 과연 받을지는 모르겠다.


이들에게 예약이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전화를 걸어서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약속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문제가 있을까 속이 타들어가는데 아니면 차라리 언제쯤 결과가 나오니까 그때쯤 전화를 해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전화를 준다고 하고도 이틀째 전화가 없는 건지..





그런데 이미 전화 안 올 수도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바라 딱히 놀랍지는 않은데 그냥.. 잘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하루이틀도 아니고 적응하고 살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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