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 야반도주 진행 보고 2
#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44mCpag530
<[��������] 봄 소풍에 듣기 좋은 잔잔한 가사 없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 1 hour spring playlist - Deep day tonight 딥데나>
2일 차 오후>
오늘 이동할 여행지는 강원도 영월. 문경, 단양, 영월 중에서 제비를 뽑아 선택했다.
마침 조용한 산속의 오두막 숙소를 발견했다. 저녁으로 숯불 구이를 해 먹으면 좋겠구나 싶었다. (이땐 그렇게 추울 줄은 몰랐지..)
숙소로 바로 가기는 이른 시간이라 영월의 대표 관광지 하나를 먼저 구경하고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기로 결정.
톡톡. 초록창에 알아보니 '젊은달와이파크'라는 곳이 뜬다. 오.. 괜찮아 보인다. 오늘의 숙소랑 완전 반대편이긴 하지만 상관없다. 우린 급할 게 없응게.
전시관에 도착하니 드넓은 주차장이 우릴 반긴다. 임시 주차장도 여러 군데 있는 것을 보니 굉장한 전시관인가 보다.
그렇지만 오늘은 사람이 없다. 평일이니까. 아, 기분이 또 째진다. 여기 공기도 너어무 좋다.
전시관은 입구부터 느낌이 좋았다. 몇 년 전 벽채 시공을 하려 오르내리던 비계(아시바)로 붉은 대나무 숲? 을 표현한 입구부터 오감을 압도하던 거대 나무 조형물 등을 보며 이 정도면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찾아와도 좋을 만한 곳이랄까?
한 바퀴를 다 도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아, 중간에 뜬금없이 맥주 관련 물품 부스가 있었는데, 거기엔 또 뜬금없이 큼지막한 자개장이 정중앙에 전시되어 있었다.
이전에 완도였나? 자개 박물관 같은 곳을 간 적이 있는데, 그 기억에 의하면 이곳에 서있는 자개장의 가치는 족히 수천만 원은 될 정도의 작품이었다. 전시 의도를 알아차릴 수는 없었다. 의아한 내 옆에서 피글렛은 자개장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감상했다. 본인은 자개를 좋아한다고 했다. 얼마나 예쁘냐면서..
자개 선물 해주려면 돈 엄청 많아야겠네.. ㅋㅋㅋ
기분 좋은 관람을 마치고 근처 하나로마트로 향했다.
지역의 하나로마트를 가면 꼭 하는 습관이 있다. 바로 지역의 막걸리 마시기. (그리고 그 상표를 따로 모은다. 영월의 '동강막걸리'는 탄산이 강하지 않은 가볍고 깔끔한 맛이었다. 최애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맛이 썩 좋았다.)
지역 막걸리 수집 목표를 달성한 뒤 메인 메뉴 고기와 각종 채소, 과일, 약간의 술들, 그리고 설레는 마음을 카트에 담으며 장을 보았다.
분명 배가 안 고팠는데 장을 보고 나니 얼른 숙소로 달려가 고기를 굽고 싶어졌다.
숙소까지는 거리가 좀 있다. 들뜬 마음으로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산속 숙소로 바퀴를 바삐 굴렸다.
숙소에 도착하고 완벽히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숯불 냄새를 온몸에 두를 예정이니까! 신난다!!
각자 업무를 분담하여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준비하는 동안 주인장 부부가 오셔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영월 토박이분들이라고 하셨다.
오자마자 숯불을 붙여주셨는데 고기는 별로 안 좋아하는 분이신 것 같다.. 불이 계속 약해서 고기 굽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ㅋㅋ
바비큐 공간에 따로 난방 시설은 없었다. 산속이라 그런지 좀 춥긴 했지만 그래선지 라면이 정말 정말 맛있었다. 맥주는 추워서 못 마셨다. 그래도 괜찮다. 왜냐고?
방 안에서 벽난로 보면서 마시면 되니까!
여러모로 참 따뜻하고 포근한 숙소로 기억에 남는다.
3일 차>
완벽히 회복된 몸과 정신으로 눈을 떴다. 자, 우리 오늘은 어디로 갈까? 집으로 돌아갈까?
아냐, 여기까지 왔는데 바다는 한 번 보고 가자.
후보지는 삼척과 울진. 매력적인 숙소가 있는지 보고 결정하자.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차갑고 상쾌한 영월의 아침 공기를 마시며 한참 숙소를 알아봤다.
이윽고 경북 울진에 아주 적절해 보이는 숙소를 발견했다. 피글렛에게 오늘 엄청난 선물을 해주겠다고 선언하고 3일 차 목적지를 울진으로 정했다.
영월도 이대로 떠나기는 아쉽기 때문에 대표 관광지를 한 군데 더 들렀다 가기로 했다.
역시 영월 하면 뭐다?
고등학생 때 제주도 수학여행으로 갔던 굴.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던가.
꽤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 짐을 갈무리하고 숙소 근처에 있던 '고씨동굴'로 향했다.
임진왜란 때 고씨 일가가 굴에 피난했던 역사가 있어 고씨 동굴이라고 명명된 이 굴.
우리에게 이 굴은 적당히 힘들었고, 끝내주게 재밌었다.
굴이란 게 참 신기한 게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우기를 제외하면 사계절 언제 와도 좋은 관광지가 굴인 것 같아.
운 좋게 모습을 보여주었던 아기 박쥐들.
낮은 천장에 내가 머리를 박을 때마다 깔깔 웃던 피글렛.
공포스럽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한 자연의 생성물들.
아, 진짜 재밌었어. 그치?
일반인에게 공개된 굴의 끝부분인 천왕전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니 점심시간이 되어있었다.
울진까지 거리가 좀 있으니 점심 먹고 울진으로 가자.
역시 오늘도 한적한 유원지의 식당가. 지도를 켜고 식당들의 후기를 뒤져본다.
괜찮아 보이는 오래된 식당에 들어가 돌솥비빔밥과 감자전을 먹었다.
오늘도 역시 맛난 식사 성공.
약간의 식곤증을 이겨내며 울진에 도착했다.
내륙지방에서 나고 자란 우리 둘은 푸르른 바다를 보자마자 함성을 질렀다.
와아!!! 잠이 확 깨네.
일단 숙소에서 정비를 하기로 한다.
오늘의 숙소는 24시간 파도소리가 들리는 작은 집. 주인장의 센스가 돋보이는 아늑한 공간이다.
그리고 숙소 결정에 가장 결정적이었던 요소인 바로 이것.
피글렛. 오늘은 이거 다 당신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소파에 뒹굴며 여독을 풀다가 오늘의 저녁 식사를 구상한다.
바닷가에 왔으니 회는 먹어야겠지? 그리고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봐서 돌아오자.
펄펄 쫄깃한 횟감에 초록병 한 잔 할 생각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알코올 중독문제 지원 -> 보건복지콜센터(129), 정신건강상담전화(1577-0199))
이 근방에서 가장 괜찮다는 횟집을 찾았다. 모둠회 작은 것과 물회를 포장했다. 가격이 사악하지만 별 수 없다.
말을 참 이쁘게 하는 피글렛을 보고는 가게에서 서비스를 팍팍 넣어준다.
현금 박치기를 하겠다고 하니 5천 원을 깎아주고 단호박 튀김 한 뭉텅이와 우럭 초밥을 가득 넣어준단다. 매운탕도 기대해도 좋다고 한다.
진짜 느무느무 맛있다아..
여행은 진짜 먹는 게 다야.
4일 차>
갈증 덕에 일찍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오전 5시 10분 정도. 나 진짜 아침잠이 싹 사라졌네 허허.. (퇴사는 아주 확실한 보약이다.)
화장실에 갔다가 핸드폰을 다시 보니 마침 응원하는 팀의 중요한 축구 경기가 시작하고 있다. 이강인 선수가 있는 파리와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본선 경기. 이런 경기를 안 본다는 건 팬으로서 예의가 아니다. 마침 일출을 보려고 했는데 경기를 보면서 기다리면 되겠다.
축구는 승부차기 혈투 끝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우리 팀 기세가 좋았는데.. 그것도 홈구장 안필드에서.. 아쉽지만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지.
아침 8시가 조금 지났을까. 창 밖을 바라보니 바쁘게 물질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 같은 쫄보는 상상도 못 할 아침 바다 입수. 저분들의 삶은 어떤 삶일까.
아, 나도 한바탕 뛰고 와야겠다.
그리고 피글렛을 깨워서 어제 제대로 못 본 초 봄의 동해바다를 구경하고 여정을 마무리해야겠다.
충북 제천.
강원 영월.
경북 울진.
혼자가 아닌 피글렛과 함께여서 더 좋았던 3일간의 여정.
이 정도면 짧았던 재직 스트레스가 해소되었을까.
돌멩이 실장은 이제 이렇게 지워지면 되는 걸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음.....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생각하자.
돌아가면 아직 제작이 안 된 걷기 영상을 완성시키자. 소설 집필에도 다시 박차를 가하고.
밥벌이는?... 뭐 어떻게든 되겠지요..?
야반도주 일기는 이렇게 끝.
(다음 일기는 아마도 해외 여행기가 될 것 같다. 내 꿈은 뽀로로. 노는 게 제일 좋아!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