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입성기
여기저기에서 클럽하우스라는 단어가 들린다. 일론 머스크 등의 저명인사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의견을 피력한다는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내심 궁금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뒤를 이을 넥스트 플랫폼의 형태들도 궁금했다. 보이스 기반의 음성 SNS라는 클럽하우스란 대체 어떤 곳일까? 2007년 페이스북 가입, 2010년 트위터 가입, 2012년 인스타그램 가입으로 여러 플랫폼을 기웃거려봤지만, 딱히 헤비유저가 된 적은 없는 SNS 유랑인에게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공간이 오랜만에 생겼다. 생경한 곳의 문을 두드려 보기로 했다.
0. 초대장 시스템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초대장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지금은 아이폰 유저만 가능하다. 클럽하우스에 입성하려고 돈을 주고 초대장을 판다는 글이나 아이폰을 중고로 샀다는 기사마저 뜨고 있다. 아이폰 유저이니 시작은 가능하다. 시작이 반이다. 일단 어플 다운로드까지 안 되는 것은 아니기에 어플 먼저 받기로 한다. ‘clubhouse'를 검색해서 다운을 받았다.
1. 가입하기
계정을 입력한다. 먼저 이메일과 사진 등록을 하고 나면, 클럽하우스에서 대기 메시지를 보낸다. 초대장을 딱히 받지 못했지만 일단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하는 데까지 가입을 해보기로 한다. 응답을 기다리다가 갑자기 클럽하우스 가입이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상황은 이렇다. 이미 클럽하우스에 가입한 지인은, 본인 연락처에 있는 지인이 클럽하우스에 신규 가입할 경우 알림을 띄워주는 데, 이때 “Let them in! "을 누르면 신규 가입자로 입장이 가능하다. 운 좋게, 친구에게 부탁을 한 건 아니지만 친구가 들여보내기를 눌러주어 승낙이 되었다.
2. 자기소개
음성 기반의 SNS이다 보니 페북이나 트위터처럼 텍스트로 자신을 나타내는 데이터도 없고, 인스타그램처럼 사진을 게재하는 공간도 없다. 그래서 자기소개를 어느 정도 적어두는 게 좋겠다 싶었다. 필요하면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처럼 다른 소셜 계정을 연동시킬 수 있다.
3. 네트워킹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면 초대장이 2장 주어진다. 연락처가 저장된 사람이 입장할 경우 알람이 뜬다. 그 사람에게 내 초대장을 주어 입장을 시키는 지를 묻는데, 이 과정에서 초대에 다소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한테 초대를 받았는지 자기소개 하단에 도장 찍히듯 그대로 각인되기 때문이다. 보증인과 같은 느낌이다. 가능한 지인, 믿을만한 사람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초창기에는 가입한 사람이 이용 정지등을 당하게 될 경우 초대한 본인에게도 불이익이 갔다고 한다. 네트워킹을 자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 초대장 2개외에 초대장이 추가로 생긴다.
4. 팔로우와 팔로잉
클럽하우스에도 역시 팔로우와 팔로잉 시스템이 있다. 본인의 관심사에 맞는 분들을 팔로우하는 게 좋다고 한다. 팔로잉과 클럽,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나에게 보이는 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관심사가 여러개라면 그에 맞는 분들을 여럿 팔로우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겨보는 게 좋겠다.
5.폭죽
보이스 채팅방에 들어갔더니 내 프로필 옆에 폭죽 표시가 보인다. 이처럼 표시된 다른 이들도 여럿이 있었다. 알고보니 이들은 뉴비(newbie)로, 신규 가입한 지 7일 동안에는 이 표시가 뜬다로 한다. 마치 초보운전 차량 뒤에 붙이는 안내문구처럼, 플랫폼에 다소 미숙하더라도 이 표시 덕에 도움을 구하기에 용이해 보인다.
6. 방 들어가기
챗방에 들어가자마자 왁자지껄 소리가 들린다. ‘내 소리도 들리는 거 아냐?‘하며 바로 나왔다. 몇 번 들락날락 거리며 시스템을 조금씩 알아갔다. 결론적으로는 내가 방에 들어가도 ‘말하는 게 바로 들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듣기만 하는 사람들도 대다수이다. 나도 그중에 하나였다.
방에 들어가면 여러 단위로 대화 구조가 나뉜다. 먼저 모더레이터. 모더레이터는 이름 옆에 녹색별 표시가 떠 있다. 일종의 진행자로, 여러 명으로 구성될 수도 있다. 다음은 스피커. 오른쪽 하단의 마이크 버튼을 누르면 모더레이터의 승인 과정을 거쳐 발언 권한이 생긴다. 줌을 사용할 때처럼 마이크 버튼을 눌러 말을 하거나 음소거가 가능하다. 이외에 방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로, 듣기만 하는 이들(Others in the room)이 있다. 이들은 모더레이터와 스피커의 말을 듣고 있는 청중의 개념이다.
7. 방 나가기
굳이 나간다고 인기척을 낼 필요는 없다. 하단의 Live quietly 버튼을 누르면 된다. 손가락으로는 사진 찍을 때 v를 그리는 손가락 표시로 되어 있다.
8. 방 만들기와 클럽 만들기
아직 직접 방을 만들어 본 일은 없다. 일단 방에 여러 번 참여해보고 본격적으로 대화를 해보고자 한다. 하단의 Start a room을 누르면 방 생성이 가능하다. Add a topic을 누르면 방의 제목을 정할 수 있으며 방의 종류에 따라 Open, Social, Closed로 나뉜다.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방은 Open, 팔로워 대상은 Social, 함께하는 이들 빼고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Close로 방 종류를 선택 가능하다. 클럽은 방보다 조금 더 까다롭다. 동일한 타이틀로 동일한 시간에 3주 이상 방이 진행될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9. 하루 사용기
책과 관련한 방에 들어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치 실시간 참여가 가능한 라디오를 듣는 것도 같다. 연사의 일방적인 대화는 아니다. 청중이 또 연사가 될 수도 있다. 텍스트나 사진보다 연사들의 실시간 음성을 들으니 좀 더 생경한 느낌이 든다. 마치 아고라와 같은 느낌이 든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토론의 광장 아고라에 나가서 어느 누구와도 격의 없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또한 지식을 글로 남기지 않고 대화로 전파한다. 클럽하우스는 녹음할 수 없는 정책 때문에 지금 듣지 않으면 안 된다는 희소성도 존재한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에 손가락이라도 담그고, 영감이 넘치는 대화의 향연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