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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문꾼 Apr 07. 2024

ep1-1.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본 글은 2부로 나누어 쓰겠습니다.


 감히 공부 얘길 하자니, 막막하다. 뭔가 후기를 남기자니 나에겐 합격 목걸이가 없다. 혹여 합격할지라도 본 자격증으로 공부를 뽐내기엔 이 학업씬에선 서열이 부족하지 않을까. 결국 내가 공부법을 말할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난 그냥 삐딱하려 한다. 그러니까 이 글은 자격 없는 이의 질투다.

     

 공부와 성공은 유사하다. 오늘을 저당 잡아 높은 곳을 향하고, (아쉽게도) 과정은 결과가 두드러져야만 의미 있어진다. 공부 얘기에 앞서 성공을 먼저 살피려 한다. 자본주의에서 최고의 성공은 돈이다. 성공한 이에겐 무대가 주어진다. 흔해빠진 얘기들은 다소 촌스러울지라도, 그만큼 익숙하여 거부감 없이 스며든다. 그들이 격양된 어조로 연설하는 '자수성가의 플롯'에 부를 향한 나의 사기는 고양된다.


 정말 최악의 조건에서 단칸방을 전전하며, 끼니도 못 챙길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잠을 줄이고, 주식투자를 배워서, 부동산을 배워서, 스마트 스토어로 창업해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당신은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인데 왜 그러고 살고 있냐. 누구나 할 수 있으니, 도전해라!     


 한 때 성공한 이의 강의를 100만 원에 결제한 적이 있다. '성공'이란 상품을 장만했다. 하지만 포장지를 까보니 희망이 있었다. 펼쳐보니 허황이었다. 마치 로또에 당첨되면 포르셰를 타겠다는 환상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포르셰를 탈만한 '부'는 제로섬 게임이었고, 다른 사람을 등 처먹는 방식이었다. 성공의 이면엔 항상 반대급부가 있었다. 갭투자 뒤엔 깡통주택이 뒹굴고 있고, 수익률을 보장하는 유명인들의 투자광고 뒤엔 코인 게이트가 진을 치고 있었다. 내가 본 세상물정은 그랬다.


 성공을 파는 이들은 성공을 팔지 않았다. 유사한 무언가를 팔았다. 딱 정의 내릴 수는 없는데, 오픈런을 뚫고 가방을 사면 남들이 부러워할 법한 기대감 같은 걸 팔았다. '가진 척하는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너도 가질 수 있다고 유혹하며 끌어들인다. 그들은 명품가방 사는 이들을 욕하며, 명품가방을 사고자 할 욕구를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로 교묘하게 변주한다. 같은 걸 팔며, 본인은 다르다고 한다. '가진 자'의 결과물로 전혀 상관없는 인과를 붙여 무엇이든 팔고 있다. 


 그렇게 상품을 사고, 덤으로 욕망과 꿈을 샀다.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며, 강의를 구입할 때마다 '가진 척하는 이'들은 진짜 '가진 자'의 반열에 끼고 있었다.


 공부에도 분명 빈부가 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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