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직장인이다. 이 글은 직장인의 공부일기다. 요약하자면, 퇴근 후 취미를 찾던 직장인이 얼떨결에 공부를 골랐는데 합격도 못하고, 그렇다고 발도 못 빼고 있는 공부일기다. 다소 좌절스럽지만 별수 없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틈새에서 오늘도 독서실에 왔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2회에 걸쳐 치렀다. 해보지 않은 이의 마음은 가벼웠다. 나에게 이 시험은 아줌마 아저씨가 몇 달만 공부해도 합격한다는 노후대비 연금 상품 정도였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란 마음으로 도전했다. 그러나 결과도 미약했다. 난 2023년 2차 시험에서 떨어졌다.
처맞기 전까진 분명 계획이 있었다. 계획은 도전, 최선, 노력과 같이 추상적인 것들이었다. 날 꿈꾸게 했으며 자존감을 높여줬다. 그러나 자괴감, 열등, 좌절같이 구체적인 것들에 난 주눅 들었다. 이들은 내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시험은 10월에 끝났는데 12월까지 방황하고 있었다.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브이로그를 보며 질투하고, 불합격한 이들의 후기를 찾아다니며 위로를 구했다. 다시 도전하려고 안달은 났는데, 또 책은 한자도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2024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새해가 밝은 지 벌써 세 달이 지났다. 열정은 뜨거웠고, 그만큼 금방 식었다. 바쁨과 귀찮음과 무기력은 생각보다 달콤했다. 아무리 다양한 형태로 다가와도, 내가 공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따져보면 이 세 가지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공부를 하며 관성을 많이 느낀다. 공부가 잘되는 날은 멈추기가 어렵다. 그 기세가 하늘을 찔러 무리하고, 다른 일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반면에 어쩌다 하루 쉬게 되면 몇 날 며칠 허투루 보낼 때가 있다. (쓰다 보니 직장인 입장에선 잘 돼도 문제고 안 돼도 문제다.)
이 글은 그런 나를 위해서 쓰는 글이다. 공부하러 가기 싫을 때, 공부하다가 지칠 때, 다시 돌아가기 위한 장치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 유튜브 한 번 잘못 보면 다시 돌아가기가 너무 힘들어, 차라리 짧은 글이라도 쓰는 편을 택했다. 물론 읽어주는 구독자님들을 위한 예의(?)로서, 몇 가지 원칙은 지키도록 하겠다.
1. 공부법을 언급하진 않겠다. 나는 그만한 자격도 없거니와, 이미 세상에 너무 많이 널려있는 자조식의 아류작을 만들고 싶지 않다.
2. 공부후기를 적되, 정제되지 않은 계획, 넋두리는 일기장에나 적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