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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양 Aug 27. 2019

The Color of Life

[Modern Black : 004]

1년 전부터 소식을 하고 있다. 건강을 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고, 그저 식욕이 떨어져서다.

1년 전엔 식사를 할 때 아무 맛을 못 느끼고, 배고픔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직접 재료를 사서 좋아하는 음식을 요리를 한다.

예전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그걸 먹어주는 사람이 있어 요리를 했다면,

지금은 온전히 나를 위한 요리를 한다.

지금도 남들의 반 정도 밖에 먹지 못하기에 먹을 만큼만 해도 늘 남지만,

그걸 정갈하게 좋아하는 그릇에 담아내어 햇살이 비치는 식탁 위에 앉아

음미하는 순간이 좋다.


나이가 들면 입맛이 변한다고 했던가,

음식을 먹는 이유는 배가 고플때도, 심심할때도, 피곤할때도, 슬플 때도 다양하겠지만,

기존에는 짭짤한 과자 종류는 가끔 먹었던 내가 군것질을 하지 않게 됬다.

단 음식은 원래도 자주 먹진 않았지만, 당이 떨어진다 느껴도 블랙으로만 마시다보니

유일하게 즐기는 피로회복제는 과일 정도 뿐.

음식을 섭취하는 본래의 이유는 식사를 함으로 인해 에너지를 생성해내고 힘을 내어 살아가기 위함이리라. 음식의 맛을 조금씩 느끼고 술자리도 조금씩 늘어가면서 아직까지 나는 삶의 이유를 찾고 있다.

유명한 맛집을 가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때도 나는 아직도 열심히 먹어야 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아마 먹는 것은 언제든 그만 둘 수 있겠지. 내게서 삶의 의지가 사라진다면.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나에게는 중요하다.

그것을 찾기 위해 심리학 강연을 찾아 듣고, 얼마전 올해의 심리 상담과 검사를 마치고,

오늘도 심리서적을 2권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다.

예전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 내는 것은 고통스럽다.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라고, 어쩌면 생각할 시간도 여유도 주지 않고 그저 지나가기만을 바랬는데. 진수성찬을 대접받는다 해도 잃어버린 식욕은 다시 돌아올 지는 모르겠다. 거기에 더하여 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닌 타인과 사회의 아픔까지 공감하고 아우른다는 것은 내가 좀 더 잘 먹고 더 큰 에너지를 뿜을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최근의 술자리에서, 자신의 3년간의 기억을 끄집어 냈을 때 타인의 10년간의 기억과 비교당했을때의 기분은, 과연 누군가의 고통을 시간의 무게로만 측정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 반대로 보면 그 친구로서는 위로 차원의 말일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든 아픔과 고통의 유효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기에 그걸 저울질 하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타인의 아픔일수록 가볍게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일례로 나는 매운 것을 못 먹고, 누군가는 먹을 수 있다. 그 매운맛이 그 사람에게는 최고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가끔은 먹을 수도 있겠지만, 매운 것을 계속 먹다보면 속이 쓰려서 평소에도 음식에 간을 적게 하고 적당히 싱겁게 먹는 편이다. 누군가에게는 그 맛이 최고겠지만, 나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 나에게는 이런 이유로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먹는 속도도, 음식의 맛도, 거기에 따른 기억도, 온전히 나의 경험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내가 점심으로 어떤 걸 먹었는지 모를 테니까 말이다. 음식을 처음 먹었을때의 놀라움, 식감, 온도, 냄새, 장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며 앞으로의 남은 식사는 더욱 즐겨볼 생각이다. 곧 계절이 바뀌면 식탁은 더욱 풍성해 지겠지. 혼자 먹는 식사든, 함께 하는 식사든, 그 순간들은 늘 행복의 기억들로만 채워지길 바라며.

ⓒ 미양(美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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