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Black : 013]
맥루한은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가 부딪히는 순간
감각의 마비를 예견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건 10여 년 남짓,
두 가지 성격의 미디어가 결합된 스마트폰은
그 사이 우리네 삶은 급속도로 빨라지고,
삶의 양상을 바꾸었다.
우리는 이 손바닥만 한 작은 세상으로 세계를
알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으며,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감각은 마비된 채다.
내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은 액정을 사이에 두고
가로막혀있다.
이 액정에서는 어떤 온기도 느낄 수 없고,
어떤 촉감도 가질 수 없다.
우리는 모니터를 통해 푸른 하늘과 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고, 매미소리와 일렁이는 파도와 뱃고동 소리를 듣고 있지만 그 너머 뺨을 스쳐가는 산들바람과 풀잎의 향기, 이슬을 머금은 그늘의 청량함은
느낄 수 없다.
매일 아침 알람 소리로부터 시작해서
너무나 많이 쏟아지는 온갖 뉴스와 광고들,
쉴 새 없이 업데이트되는 sns와 메시지들,
메모리 안에는 다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록들이 담겨있고
메시지를 통한 모든 연결들,
스팸을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통화해본 게
언제였더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메시지와 좋아요를 통해 안부를 주고받는다. 실제로 만난 지는 몇 달이 지났는데도.
이 한없이 밝고 바르고 멋진 이 세계에서
나는 피로감을 느낀다.
심장의 고동, 흐르는 땀방울,
그리운 체취, 따뜻한 손길,
부드럽고 폭신한 감촉들.
우리의 감각은 마비된 채로
어쩌면 보지 않은 것을 꿈꾸고
듣지 않은 것을 들었다는 착각에 빠진다.
당신은 나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
나는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 미양(美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