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양 Feb 27. 2020

The Color Of Life

[Modern Black:021]

Modern Black : 021


꿈을 꾸었다.

꿈속의 내 모습은 늘 중학생이다. 

어쩌면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절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은,

그 기억이 가장 행복했던, 돌아가고 싶은 추억이 아닌

해결이 되지 않은 채로 나에게 반복적으로 

내 소매를 끌며 말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닐까_라고 느껴졌기에.

늘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그 시절 그 모습으로 교정과 집안을 맴돈다. 

그저 다 같이 그 시절 일상을 흘려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 꿈의 기억은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하루 건만,

저녁 이후 단잠에 들었던 순간 그 속의 이야기는 이랬다.

공연을 발표하기 위해 친인척들이 단상 뒤에서 긴 줄을 섰는데, 

앞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버렸다. 둘 다 내가 기억나는 사람들이다.

몇 번 지나가듯 마주쳤던 사람과 내 콤플렉스 중 하나였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에서 자라나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는, 조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난 뒤로는 이제는 연락조차 하지 않는 그 동생.

그 지인은 동생을 때리려 했고, 나는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 가로막았다.

거기서 눈이 떠졌다.


그 꿈을 잊지 않기 위해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것은,

나는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것을, 나는 괜찮구나라고 깨달았기에.

내가 두려워한 것은 지난날 과거의 망령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는 더욱 큰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지만

억눌러왔던 괴물이 나 자신조차, 누구라도 다치게 하질 원하지 않았던 것.

순수와 잔인함이란 이름의 종이가, 나도 모르는 새 당신에게 

실오라기 같은 상처라도 베게 하면 안 되겠기에.

시간이 흐른 후 어쩌면 오늘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졸업식일지도 모르는, 그런 날이 되겠지.


ⓒ 미양(美量)

이전 07화 The Color Of Lif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