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Black : 022]
아침 산책을 나와보면,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어폰을 끼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
하천에서 무리 지어 오는 오리들을 구경하는 사람,
산에 맞닿아 있는 햇볕을 사진으로 담는 사람,
순식간에 저만큼 앞지른 뛰어가는 사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는 사람,
대화를 나누며 나란히 걷는 부부,
뒷짐을 지고 동네 마실을 나온 노인,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로 질주하는 사람들,
나는 어느 쪽이냐면,
음악을 들으면서 보통 빠르게 걷다가 지루해질 즈음 뛰기도 하고,
5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숨이 차면
숨 고르기를 하면서 철새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풀들을 사진으로 담기도 하고,
노래를 부를 때도 있다.
물론 산책을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원래 걷는 것을 좋아했고,
걸으면서 생각의 환기를 시키는 것이 1차 목표이다.
생각을 가만히 놔두면 뭉쳐지기에,
흐름을 따라 걸으며 생각도 흘러가게 놔둔다.
그 생각은 공상일 수도, 망상일 수도, 쓸데없는 고민일 수도,
오랫동안 심사숙고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 고민이라면, 어차피 하루 만에 답이 나오지도 않는다.
중요한 건 그 순간 그대로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
자아를 내려놓고 흘러가는 생각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
여기에는 오로지 나만 있고, 나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또 다른 생각이 불현듯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지는 아이러니함과 함께 공존한다.
각자의 걷는 속도와 방법도 다른 만큼,
길가 위에서 오늘 하루 한자리에 있는 이 사람들도
내일은 또 각자의 방식으로 어딘가로 흘러가겠지.
완만하고 평평한 길만 있지 않은 것처럼,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도 있을 것이고,
길가의 고양이가 다치지 않도록 잠시 멈춰 서거나,
진흙탕에 발이 빠지는 날도,
갈림길 위에 서서 어느 길로 갈지 선택을 할 순간도,
우리가 가는 여정의 길목 위에 서서,
그렇게 또 하루를 흘러 보낸다.
ⓒ 미양(美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