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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양 Aug 03. 2020

새로 쓰는 관계와 소통, 그리고 노인이야기

[경사:만신 프로젝트 004]

휴가철이다. 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고 느긋하게 집이나 근교에서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만들어준 새로운 문화 중 하나는 1인실 수요가 늘었다는 것. 그만큼 비용도 추가된다. 도심 속 호텔과 근교의 숙박은 만석이고, 평소와 다름없는 일과를 보내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예전처럼 가족 단위의 여행보단 혼자나 둘 정도로만 편하게 다녀오는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도 늘었다. 이런 여행의 장점이라면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아무 눈치 안 보고 홀로 있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지난주 내가 매주 만나는 할머니 한 분과 통화했을 때, 초복 때쯤 강원도까지 당일치기로 삼계탕도 드시고 계곡도 놀러 갔다 오셨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에서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올해는 휴가 성수기가 따로 없는 시기이기도 하고, 단순히 공기 맑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는 소소한 낙이 있는 것이 삶의 재미 아니겠는가. 인생을 즐기고 계시니까.


석관동을 매주 방문하면서, 센터 근방에 사시는 독거노인분들도 알고 지낸다. 비밀유지(?)로 나이는 여쭤보지 않았지만, (그것보단 나이를 여쭤봐도 두리뭉실하게만 말씀하신다) 혼자 지내시는 시간이 많으셔서 그런지 무릎이 안 좋으시거나, 거동이 불편하지 않으시더라도 기력이 없으신 편이다. 나 역시 고독이 무언지 잘 알고 있기에 오며 가며 뵐 때마다 안부인사를 드린다. 실없는 소리라도 한마디 덧붙여서. 뭔가 더 물어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혼자인 사람에게 낯선 타인이 말을 거는 것은 오히려 경계심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도 그런 적이 있었다. 공원에 센터 홍보 겸 안내를 하러 갔다가 잡상인 취급받은 적도 몇 번 있었으니까. 밖에서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인사한다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안 좋은 의미의 경계의 대상으로 보게 된 시선이 생겼다. 길이야 검색해보면 나올 것이고, 그만큼 우리네 삶이 각박해지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일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의 입장일 뿐일 수 있으니 말이다. 어색함 속 공존. 그저 그 사람의 일상에 조금씩 스며들 수 있다면, 마음의 온기가 느껴지는 정도라 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 게 내 생각이다. 


노인분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은 늘 조심스럽지만, 내가 알고 있던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럴 것이다는 관념도 조금씩 바뀌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각자의 모습과 생각이 모두 다르듯, 노인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고 듣는 것이다. 길가다 발견한 풀 한 포기에서도 웃음 짓고, 길고양이 밥을 주기 위해 매일 산책을 나가시는 그분들의 일상이 충만하시기를 바라본다.


ⓒ 美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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