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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양 Aug 24. 2020

새로 쓰는 관계와 소통, 그리고 노인이야기

[경사:만신 프로젝트 007]

경사:만신 프로젝트 007


“할머님, 지난 한 주 어떻게 보내셨어요?”

“그냥 늘 똑같지, 밥 챙겨 먹고, 쉬다가, 오후 늦게 선선해지면 그때 산책 좀 하고. 

 근데 말이야, 야외라고 마스크 안 쓴 사람이 2명 정도 있더라고. 

 그 정도는 신경 써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지난주부터 다시 모든 회의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연달아 주말에는 되도록 집에서 있으면 좋겠다는 당부들이 쏟아졌다. 경보 알람이 하루 20번 넘게 자주 오니, 양치기 소년 마냥 정말 위급한 시기에 알림의 역할을 못하면 어쩌나 싶다. 너무 익숙해지면 그게 당연한 게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노인분들과의 전화 통화도 익숙해지고 있다. 메신저 단톡 방을 만들고, 문자와 사진을 주고받고, 

개별적으로 안부 연락을 드리고 있다.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그분들이지만, 연락 줘서 감사하다고 작가님도 건강하시라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코로나로 우리네 일상은 집콕 생활로 바뀌어가는 중이지만, 활동적이시고 자주 모임을 갖는 노인 분들이 아닌 경우에야 그분들의 일상은 큰 차이가 나진 않는다. 주변의 상황은 일 단위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고 계시다. 


 나는 노인분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대면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고, 문자나 전화만으로는 소통의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문자의 글씨가 작아 잘 안보이시거나, 귀가 잘 안 들리시기에 동문서답이 나올 수도 있다. 노인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건, 그들의 속도를 맞추고 기다려 줄 줄 아는 여유와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부모님께 문자 치는 법을 답답하다며 짜증 한 번 안 내고 알려드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족이기에,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해하기에 더 쉽지 않을 수 있다.


 살면서 디지털을 접하는 시기가 말년에 가까운 세대와, 태어났을 때부터 유튜브 등을 보며 디지털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대. 일상에서 키오스크를 쉽게 접할 수 있기까지의 변화는 지난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일생을 아날로그적인 삶을 사셨던, 느림의 미학을 아시는 노인분들에게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받아들이기 벅찬 것이다. 클릭 몇 번으로 지정된 날짜와 시간에 문 앞에서 물건을 받는 우리 세대와, 재래시장이 싸니까 발품을 팔며 다니시는 노인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의 간격은 너무도 크다. 


 온라인 화상회의도 익숙해지고 있어서 얼마 전 웹캠을 설치했다. 노트북의 카메라에만 의존하기에는 불편한 감도 없지 않아 별도 마이크가 필요 없는 기능으로. 웹캠을 설치하고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노인분들과 함께 보는 단톡 방에 영상 안부인사를 남기는 거였다. 물론 문자 메시지가 어려우신 분들도 계신 마당에 영상 소통은 더욱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 아닌가. 


 영상을 공유하고 며칠 후, 다시 전화로 안부 연락을 드려보니 역시나 영상을 보지 못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체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중에 영상을 보려니 동시에 확인하기가 어려우셨던 듯하다. 물론 나 역시 생각했던 부분은 있다. 그분들이 영상을 확인하는 건 그 당시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고, 이것으로 쌍방향 소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SNS를 사용하시는 분들은 더더욱 아니시기에, 메신저나 영상, 인터넷 링크 클릭도 확인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예측도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조금씩이라도 이런 시도들이 이분들에게 있어 디지털이라는 매체를 보면서 활용하는 것이 익숙해지신다면 받아들임이 좀 덜 어려우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노인분들과의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지금으로서 드는 생각은,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안부를 묻고 소통할 수 있는 연결되어 있다는 정서가 그분들에게 작게나마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이번 주를 지나 다음 주 새로운 한 달을 맞이하게 되면, 우리는 또 어떤 변화된 삶을 맞이하게 될까.


ⓒ 美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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