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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양 Aug 10. 2020

새로 쓰는 관계와 소통, 그리고 노인이야기

[경사:만신 프로젝트 005]

경사:만신 프로젝트 005

요즘엔 코로나 알림보다 호우 관련 경보 알림을 더 많이 받고 있다. 궂은 날씨를 감수하고 약속에 나갔더니 상대방은 우산이 부러졌다고 한다. 2020년 지금까지 코로나로, 집중호우로, 요즘은 어디를 가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다.

우리 모두가 이런 시대를 예측한 것은 아니다. 동네의 교회는 셔터가 굳게 내려가 있고, 찾아뵙기 어려운 어르신들께 방문보다 전화를, 문자를 주고받는 일상이다. 그나마 센터에서 댁이 가까운 몇몇 분들은 매주 뵙고 있지만, 나는 프로젝트에 들어간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고민의 지점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노인분들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 그동안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았기에, 내가 하고자 하는 고집과 욕심을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처음에 고민했던 키워드를 생각하자면, ‘소통과 관계’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연장자에 대한 존중, 예의. 반대로 보면, 보이지 않는 선을 정하고 그만큼의 선을 지키려 했고, 정도 이상의 행위가 무례함이 되지 않도록 조심했지만, 역시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권위적인, 폭언, 거부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특히나 자신의 감정과 의견에 대하여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어 있었을수록, 그 분노는 더욱 사회적 약자에게 향하게 된다. 예전의 나라면 꼰대 문화나 부조리한 부분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성향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 사람에게도 그렇게 되기까지의 사정이 있겠지라는 생각이다.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꼭 상대방을 탓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6.25 이전 세대 분들이라면 학업보다는 생존과 생계가 더욱 중요했을 시기였다. 그분들에게는 그저 내가 아는 방식으로만 세상과 소통하는 것일 뿐일지 몰라도, 지금처럼 지식과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사회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쓸 줄 모른다는 건 낡은 정보로 인한 비 확장성 및 소통의 한계성 및 관계의 단절을 불러일으킨다.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에 대해 죄를 물을 수는 없다. 무지를 부끄러워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전자기기가 없어도 삶이 불편하진 않았던, 따뜻한 정서가 남아있던 그 시절 내가 기억하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90년대 말부터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 지 10여 년 만에 사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미 일어난 일을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상황 속 안에서 누군가를 특정 지어 그 틀에 맞추는 것보다,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변수를 안고 정답이 없는 질문에서 나만의 답을 찾아간다. 다양함 속에서의 방향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여러 삶의 이야기들 속에서 성공하고 존경받는 현인들의 이야기 이상으로 소외되고 자기 언어를 쓰기가 어려운 분들에게 마음이 가는 것 역시 나의 끌림일 테지. 정답만이 존재하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우리는 삶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거쳐가며 나이를 먹어가고, 그렇게 삶을 배워간다. 누군가는 자신의 찬란했던 순간들을 더욱 붙잡고 싶고, 어떤 이는 흘러가는 대로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수다스럽거나, 조용하거나.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을 뿐. 검색으론 쉬이 찾아지지 않는, 개인과 숨겨진 역사를 배우고, 공감과 깨달음, 더 나은 삶의 모색을 해본다. 


ⓒ 美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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