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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양 Aug 16. 2020

새로 쓰는 관계와 소통, 그리고 노인이야기

[경사:만신 프로젝트 006]

경사:만신 프로젝트 006


오늘 아침 서울 • 경기권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양평에서 복날맞이 어르신들 대접을 위해 50여 명이 모인 곳에서 또다시 집단 감염자가 생겼다는 기사를 보았다. 우리네 정서상 어디에서나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함께 하는 문화가 예부터 있었다지만, 기사의 댓글에서도 공통된 의견이었던 ‘삼계탕을 포장해서 집에 가서 드시게 하지 왜 굳이 모여서 먹어야 했나’란 의견에 동의한다. 아무래도 식사를 하다 보면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고, 이웃 주민끼리 모이는 장소이니 더 안전불감증에 노출되었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들이 있었다. 3달 만에 마을 공유 부엌을 재개하면서 나와 다른 작가가 지역 노인 분들을 모시고 미술 수업을 같이 하는 날이었다. 때맞춰 그 지역 신문사에서 노인 분들이 식사하는 모습 및 미술 수업하는 모습을 지역 신문에 실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는 소식을 하루 전에 다른 작가님에게 전달받았다. 어차피 주인공은 노인 분들이고 우리는 거의 나오지 않겠다 싶어서 수락했는데, 막상 당일 현장을 가보니 짜인 틀 안에 놓인 기분이었다. 촬영 장비 및 조명, 촬영 감독 및 스태프, 노인 분들과 담소를 나누는 직원으로 보이는 분은 배우라고 했다.

뭐 여기까진 그런가 보다 했다. 사진을 잘 담아내는 것도 일이니까. 안타까웠던 것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촬영 팀이 다음 일정 때문에 우리에게 바로 수업을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좀 쉬었다 하면 좋은데. 우리는 점심도 챙길 새 없이 자료를 펼치며 그림을 그려나갔다.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노인 분들께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고 계셔서 나는 땀범벅인 상태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있었는데, 촬영감독이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청했다.

네? 노인 분들 앞이었고 수업 때 떠들 필요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촬영할 때 예쁜 앵글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거기에 더해 자신들이 책상 사이를 다니기 비좁으니 뒤로 빠져달라는 요청과 함께. 오히려 수업에 참여했던 노인분들은 요청을 잘 들어주셨고, 무엇보다 그날 가장 재미있었던 건 수업을 듣던 한 할머니의 표현이었다.

 “아유, 백화점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겠네!”

처음엔 아리송했다가 뜻을 이해하고 모두 까르르 웃었다. 싫은 내색 하나 없으셨던 그분들에게는 나름 젊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심에서 나온 재치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여럿 모이는 곳은 아직 조심스럽다. 서울 및 경기권에서 확진자가 줄지 않는 건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코로나와 상관없이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복지인가, 훈훈함을 가장한 폭력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사건들이었다.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인 ‘함께’라는 공동체 문화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점차 변해갈 것이다. 확실하게 아는 것은, 내가 살아왔던 기존의 관습에 얽매여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거다. 단체가 모여 밥을 나누어 먹고, 사진을 담을 시간에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은 노인분들이 디지털에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스템을 보급하고 고민해보아야 하지 않나 싶다. 지금 시기가 혼란스러운 것은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어 적응하기까지의 에너지 역시 상당 히 소비된다는 것도 한몫할 것이리라. 몇 달 전만 해도 마스크가 무더운 여름과 꿉꿉한 장마가 지나가는 지금 시기가 올 때까지 장기간 일상화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가 쉽게 고립되지 않도록, 고민의 여정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 美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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