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만신 프로젝트 009]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스스로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였다.
노인들의 삶의 애환과 현재를 보고 듣노라면 작가로서의 시선과 역할과 노인분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사회복지사로서의 관점의 사이에서 떠밀려오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나는 복지사가 아니기에, 내가 해야 할 범위와 역할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프로젝트를 여기까지 끌고 오기까지 몇 번이나 시행착오와 무력감을 느낄 때 역시 있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싶었기에, 수도권의 거리두기는 바꿀 수 없는 현실이지만 매번 안부 연락을 드리는 정도로는 밀도 있는 질문과 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노인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서적들을 찾아보면서, 미디어에서 다루는 우리가 아는 단편적인 이미지상의 노인이 아닌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독거노인들의 인터뷰를 엮은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요새는 ‘독거노인’이라는 단어가 사전 그대로의 의미가 아닌 젊은 세대에서도 자조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독거’의 의미상 긍정보다는 부정의 어감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노인분들과 교감을 쌓고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기까지의 과정은 단기간 만으로는 부족했을 것이다. 책의 서두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
“독거노인의 삶을 동정이 아닌 따뜻한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백이면 백, 천이 면 천 편의 삶의 영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꽃 같은 시절이 있었다. 가족과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지식의 한계와 생계로 지금을 살아내기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어줄 사람이 적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고립’, ‘가난’, ‘노인’ 등의 고정관념을 깨고 그분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 시작함으로써 공통적으로 겹쳐 보였던 것은 사람의 정이 그리웠던 것이다. 지금 같은 시기라면 더욱 그렇다. 내가 연락을 드리는 노인분들의 삶 역시 그런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지난 8월 복지관 재개 후 몇 주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폐관인 상태에서 할 것이 없어 대부분 집에 계신다던 이야기들. 고립되지 않고, 끊임없이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배워나가는 것이야 말로 건강하게 늙어가는 삶이라고 한다면, 그와 반대로 남을 생을 무엇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주체적으로 생각하기 힘드셨던 분들 또한 존재하며 그저 내려놓고 떠날 날만을 기다리는 분들 역시 존재한다. 현재의 여러 사회적인 현상들과 맞물려보면 너무 빠른 성장과 변화로 우리 모두는 적응하기 어려운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의문점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고 함께 고민해나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그것이 작은 시도일지라도, 하나씩 실천해보면서 나은 미래를 모색해본다. 지금의 내가 아는 것은 정답이 아니기에. 보다 나은 답을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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