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생태의 섬. 연평도 방문기.
인천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인천지속협 등의 몇 개 단체의 행사로 해양쓰레기 줍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연평도에 다녀왔다. 북한땅 해주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연평도에 가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면 2시간 남짓이면 소연평도를 지나 연평도에 도착한다. 인천 시민이면 왕복 운임이 3,000원이다.(인천 시민이 아닌 경우 편도가 55,300원이다. 이런 걸 두고 요즘 말로 인천 시민은 개꿀이라고 할만하다.)
연평도하면 떠오른 것이 꽃게였지만, 2010년 11월 이후에는 연평도포격전(자료를 찾아보니 연평도 포격도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국반부에서 연평도포격전을 정식 명칭으로 하기로 했단다. 북함이 먼저 도발하였지만 군의 즉각적인 대응으로 북한에 엄청난 손실을 입혔기 때문에 쌍방이 전투를 벌인 것으로 하는 게 맞다는 요지다.) 떠오른다. 그만큼 연평도는 북한 육지와 가깝다. 인천항으로부터 120킬로가 떨어져 있는 반면 북한 강령반도와는 불과 12킬로 떨어져 있을 뿐이다. 2010년 북한의 포격으로 군인 2명, 민간인 2명이 사망하였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도가 가장 높은 곳임에 틀림없지만 막상 직접 경험해 본 연평도는 평온 그 자체였고, 주민들에게서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연평도 가는 배에서부터 동행한 연평도로 배치되어 연평도로 들어가는 해병대원들과 연평도 항 이곳저곳의 해군, 해병들의 모습, 섬의 곳곳에 있는 포병 진지등이 이곳이 최전방 지역임을 알게 해 준다.
원래 연평도는 6.25 전쟁 전에는 황해도 해주에 속하였지만 6.25 전쟁으로 미군이 서해안 대부분을 무력으로 장악한 후 남한에 편입되었고, 지금은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으로 편성되었다. 엄연한 인천시내라고 할 수 있다. 한 때 조기의 산지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조기는 나오지 않고 꽃게로만 유명하다. 1960년대만 해도 조기파시가 열릴 정도로 조기가 연평도 주민들의 주수입원이었지만, 지금은 ㅈ조기잡이는 되고 있지 않다. 연평도 꽃게 잡이는 4월 ~6월, 가을 꽃게는 9월 ~11월에 잡힌다. 7월의 연평도는 작고 아담하고 한적한 항구였다. 연평도에는 2,0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 어업과 관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어촌계가 제공한 미니버스를 이용하였는데 어촌계 감사 김기호(연평생태관관 추진위원장)님이 운전과 안내까지 담당해 주었다. (연평도에는 택시도 없고 버스도 1대뿐이고 공유 자전거등도 없기 때문에 섬주민들이 제공한 고통 편을 확보하지 못하면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버스로 가래칠기해변으로 이동하여 해변 쓰레기 정화활동을 하였다. 해변은 대부분 자갈이 깔려있는 상태였는데 자갈등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깎은 공예품처럼 아기자기하고 예쁜 모습이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들리는 바닷물은 맑고 깨끗해 보였다. 바다 쓰레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폐어구들이 종종 보였고 스티로폼 어구가 잘게 부서져 스티로폼 조각들을 최대한 주울 수 있는 것까지 담 있다. 연평도 해안들은 섬 주민들이 공공근로 형태로 정기적으로 쓰레기 정화활동을 하기 때문에 비교적 깨끗함 상태로 보전되고 있었다.
가래칠기 해변에서 구리동 해수욕장으로 이동하는 중에 폐어구들이 쌓인 야적장을 방문하였다. 이곳에는 꽃게잡이에 사용하고 난 그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꽃게를 잡은 그물은 대부분 1회용으로 사용된다. 과거에 연평도는 북한과 연접한 지리적 위험성으로 야간 조업이 금지되어 주간에만 그물을 거둘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그물에 먼저 걸린 꽃게들은 그물을 거둘 때쯤 이미 상태가 좋지 않게 된다. 꽃게잡이 어부들은 꽃게 그물을 걷어올려 상태가 좋지 않은 꽃게는 그물에 그냥 남겨놓고, 사용된 그물을 그냥 바다에 버렸다고 한다. 그물에 걸린 꽃게를 전부 떼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덩어리처럼 높다랗게 쌓아 올려진 꽃게잡이 폐 그물에는 그물을 벗어나지 못한 꽃게들이 바짝 말라 썩어가고 있었다.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푹푹 찌는 열기와 함께 그물에서 썩고 있는 꽃게 냄새가 코를 찔러 제대로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바다 생태계가 망가지고 꽃게 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바닷속에 버려진 꽃게그물을 건져 올리는 사업을 추진해서 바닷속에 버려진 그물도 건져 올리고, 꽃게잡이 후에 사용된 꽃게 그물도 항구로 다시 가져와 야적장에 쌓아 놓게 된 것이다. 연평도에는 매년 1500톤 정도의 해양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중 처리되는 양은 1200톤에 불과해 매년 300톤 정도의 해양 쓰레기가 쌓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인천일보 7월 14일 기사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6043] 꽃게가 달려 있는 폐 그물은 일반폐기물로 소각할 수 없고, 연평도가 속해있는 옹진군에는 자체 해양쓰레기 소각장이 없기 때문에 인천 남동구 소각장까지 옮겨야 하는데 그렇게 옮기기에는 엄청난 운송비가 든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안에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지만 지자체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별다른 대책을 내어 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연평도에 있는 해양쓰레기 야적장에는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해양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고 그 양은 점점 늘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연평도 해양 생태 관광추진위원장인 김기호 위원장에 따르면 다른 지역 어부들은 여전히 폐 그물을 바다에 버리고 있어 바다 생태계가 점점 망가지고 있다고 한다. 더 더군다나 중국 어부들이 근해까지 넘어와 불법조업을 하면서 단속이 오면 어구들을 그냥 바다에 방치하고 달아나곤 해서, 중국어선들의 폐어구들도 늘어가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눈으로 보이는 맑고 깨끗한 바닷속에는 보이지 않게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었던 것이다.
연평도 어촌계는 일주일에 2번씩 노인 일자리 사업 등이 해얀의 해양쓰레기 줍기 사업을 펼치고 있고, 지자체 지원으로 어구쓰레기만 별도로 처리하는 업체를 두어 해양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매주 바닷가에 쌓이는 해양쓰레기를 치우고 마대에 담아 이곳저곳에 쌓아두면 이 섬의 어촌계장이 트럭을 몰고 나와 폐어구가 쌓인 야적장으로 옮기는 일이 일상이라고 했다. 연평도에서는 군은 안보의 위협과 싸우고 주민들은 해양환경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연평도 평화전망대 옆 백로 전망대에서는 노랑부리백로들을 볼 수 있었다. 작은 언덕 하나에 백로들이 군락을 이루고 지내고 있다. 백로는 봄에 와서 여름을 나고 가을이 되면 다시 떠나는 철새다. 원래 백로는 민물고기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섬보다는 육지에 논가에 머무르는데, 우리나라 육지에서는 지내기가 어려워 이곳 연평도까지 밀려와 터를 잡았다고 한다. 백로 군락 옆에는 가마우지의 서식지가 마주하고 있다. 가마우지는 잠수를 잘하는 새로 바닷물속으로 자맥질하여 물고기를 잡아낸다. 두 새가 마주하며 서식지를 잡고 있지만 서로 다투는 법이 없고, 평화롭게 잘 지낸다고 한다. 북쪽으로 면한 해안이라 조업이나 어로활동이 불가능하고 사람들의 접근도 쉽지 않은 곳이라 철새들에게는 좋은 환경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먹이와 지낼 곳이 충분하니 서로 다투지도 않고 공존하며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연평도의 부속 섬인 구지도은 인천의 깃대종이자 멸종위기종 1급 동물인 저어새의 산란지가 있다. 연평도에는 저어새 외에도 다양한 해양 생물과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 자원의 보고이다.
연평도는 지척에 있는 북한이라는 위협과 폐어구를 포함한 해양 쓰레기와의 사투를 벌이며, 생태환경의 보고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귀한 섬이다. 이곳의 주민들은 연평도가 평화와 생태가 잘 지켜지고 어우러지는 고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연평도 주민들만의 숙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가 함께 감당하고 풀어가야 할 숙제들임이 분명하다. 섬은 바다로 둘러싸여 고립된 듯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섬은 바다로 4방 8방이 열려 있는 곳이다. 수많은 철새들과 생명들이 섬을 근거로 살아가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물론 열린 섬에 좋은 것만 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해양 쓰레기도 몰려온다. 그러기에 그곳에 사람들은 섬을 지키기 위해 치우고 치우는 일을 멈추지 않고 해내고 있다. 그리고 망가진 바다를 다시 살리기 위한 자정 시설이 만들어 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역시 연평주민들만의 바람으로 이뤄지기 힘든 문제다. 우리 모두가 참여해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문제다
연평으로부터 시작되어
한반도 전체에 평화와 생태가 함께 하는 공존의 땅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