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공간 마을 텃밭이야기.
7,8월 염천에도 식물들은 쑥쑥 자라 오른다. 사람들이 직접 심어 기르는 작물들과 함께 들풀들이 서로 영역을 다툼하듯 자라 오른다. 그 풀들 위로 메뚜기 사마귀, 방아깨비들이 맘껏 튀어 오른다. 사람들이 생명을 키워내는 듯하지만, 생명들은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꽃을 피우고 씨앗을 터뜨린다. 남동구 도림동에 1000평 규모의 남동희망공간 텃밭의 여름은 어질어질한 태양빛아래 번성해 가는 온갖 생명들의 각축장 같다. 이 생명들의 각축장은 남동희망공간 텃밭이다.
희망공간 공동체 텃밭의 처음은 개발 예정지에 비어 있는 몇 평의 땅에 농사를 지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텃밭에서는 고추와 푸성귀를 소박하게 키워냈고, 텃밭 곁의 원두막에서 술 빚기 모임도 하고 영화 보기 등 소소한 모임을 하는 공간이었다. 희망공간의 처음이 마치 동아리 모임과 같았던 것처럼 텃밭도 동아리활동 중의 한 가지였다. 그러다가 좋은 독지가와 인연이 되어 현재와 같은 규모의 공동체 텃밭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동아리 모임처럼 운영되던 텃밭이 이제는 공동으로 노동하고 함께 관리하는 공동 농장형태로 운영된다. 텃밭에 작물을 키우고 김장을 통해 나눔을 하는 공동체 활동의 매개가 되었다. 텃밭을 왜 시작하게 되었을까? 딱히 이유랄게 떠오르지는 않는다. 다만 누구든 땅을 경작하고 무언가 키워내는 일이 즐거운 일이고,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 시작된 게 아니었을까?
인천 남동구 도림동에 자리한 남동희망공간 텃밭은 약 1천여 평의 규모로 50여 명의 남동희망공간 회원들이 함께 경작하는 텃밭이다. 텃밭의 절반은 공동텃밭으로 운영되고 나머지 절반은 회원들에게 5평씩 나누어 경작하고 있다. 공동텃밭은 봄에는 감자를 키워 판매하거나 나눔 하고, 가을에는 감자 심었던 곳에 배추를 심어 기른다. 희망공간은 배추를 거둬 김장을 담아 400여 명의 김치가 필요한 이웃들에 나눔 하는 김장 나눔 행사를. 한다.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는 13년째 계속진행하고 있다.
개인 회원들이 분양받은 텃밭에는 고추, 상추, 옥수수, 고구마, 아욱, 근대 등 텃밭작물이 자라고 있다. 회원들은 매일 출퇴근길에 들르거나 일주일에 2~3회 혹은 주말마다 텃밭에 들른다. 텃밭을 하는 이유도 다양하고 농사경험 유무도 다양하다.. 은퇴 후 취미 생활로 텃밭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귀농을 준비하며 농사를 경험하기 위해 텃밭을 하는 경우도 있다. 텃밭 작물은 주식을 키우기보다는 밥반찬을 위한 푸성귀를 키운다.
희망공간에서 텃밭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텃밭에서 땅을 만나고 생명을 경험한다. 갑갑한 일상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무엇인가 심고 키워내고 가꾸는 일을 좋아한다.. 텃밭에서 땀을 흘려가며 노동을 하고, 그 노동의 결과물인 수확물을 거두고 그것을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과정은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는 본성을 일깨우는 일이다. 남동희망공간 텃밭은 텃밭이 주는 많은 이점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텃밭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남동희망공간 텃밭이 시작되고 유지되고 있는 바탕에는 농사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무엇인가 키워내고 가꾸고 수확하는 즐거움이 텃밭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어어올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텃밭이 주는 그런 근원적인 즐거움 이외에도, 도시농업 추구하고 있는 과제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농업을 통해 마을공동체성을 확인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로컬 푸드 운동에 기여하며, 기후위기에 함께 대처하는 생태시민 교육의 장으로 발전해야 한다. 도시농업은 단순히 도시 안에서 경작하는 도시농업과 도시농업운동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공존하고 있는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나 인천환경운동연합등은 농업을 통해 토종씨앗을 보급하고, 생태농업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까지 남동희망공간 텃밭은 후자이기보다는 아직은 전자에 머무르고 있다. 텃밭을 통해 품앗이 노동을 함께 하고, 공동 경작한 것을 이웃과 나눔 하는 공동체 텃밭의 기능에만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농업(都市農業, 영어: urban agriculture, urban farming, urban gardening)은 도시의 제한된 공간을 활용해 소규모로 농작물을 재배하고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활동으로 농업이 갖는 토양 및 생물 다양성 보전, 기후조절, 대기정화, 공동체 문화 및 정서함양, 여가 지원, 교육, 복지 등의 다원적 가치를 도시에서 구현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 지원, 식량 자급률 및 안정성을 향상하는 농업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참고로, 홈 가드닝(home gardening)과 홈 파밍(home farming)도 도시농업에 속한다. https://ko.wikipedia.org/wiki/%EB%8F%84%EC%8B%9C_%EB%86%8D%EC%97%85
남동희망공간 텃밭은 그 자체로도 회원들에게 마을공동체성을 확인하고 유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생태를 지키고 기후위기시대를 이겨내는 지구생태시민들의 공동체역할을 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서의 농업의 의미를 함께 공유하고,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토종씨앗 보급운동, 탄소에너지 사용을 멈추고 그린에너지를 활용하기, 육식 생활에서 채식 생활로의 친환경먹거리 운동 등 텃밭을 활용한 다양한 도시농업운동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텃밭 공간을 통한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일도 필요하다. 공동의 문화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 술빚 기나 텃밭 영화 보기, 텃밭 생태모임 등 다양한 문화동아리활동이 가능하다.
그런 모든 상상이 실현 가능할까? 도시 텃밭이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고 생태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들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남동희망공간 텃밭은 긍정성과 함께 한계도 가지고 있다.
도시에서 도시텃밭이 시민들의 생태적 삶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야 한다. 가능하면 이웃들이 함께 경작할 수 있는 규모도 확보해야 한다. 매일 매일 아침저녁으로 텃밭에서 작물을 살피고 이웃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이웃과 자연스러운 소통도 가능해진다. 경작을 위한 충분한 여가 시간도 주어져야 한다. 이른 새벽에 나갔다가 저녁 늦게야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이라면 텃밭은 언감생심이다. 작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을 키우는 일에는 꾸준한 보살핌의 노동이 필요한 법이다.
모든 사람들이 농사일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농사짓기를 좋아하는 시민들에게 텃밭 경작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도심 곳곳에 차량들을 위한 주차장을 확보해야 하듯이 삶터 여기저기 사람들이 농사지을 텃밭을 만들고 적은 비용으로 경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앞으로 닥쳐올 식량위기를 대처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도심 텃밭은 먹거리문제로부터 생길 수 있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생태환경을 조성하는데 요긴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20여 년 전부터 다양한 도시농업운동이 펼쳐지고 있고, 2011년 11월에는 정부에서도 도시농업지원법을 만들고 정부차원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에서도 도시농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남동구도 2017년 도시농업 지원법을 제정하여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프로그램이 다양한 형태의 도시농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경로와 방법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마을을 거닐다 보면 주차장 한견, 담벼락 한편에 손바닥만 한 땅덩어리에 흙을 일구고 작물을 키우는 이웃들을 본다. 큰 화분에 고추를 심어 키우고, 스티로폼 박스에도 이것저것 작물을 키워먹는 이웃들이 있다. 이런 이웃들에게 몇 평이라도 함께 경작할 땅을 나누어주고 경작하게 한다면 그 자체로 좋은 마을 텃밭이 될 것이고 텃밭으로 공동체가 만들어질 것이다. 요즘에는 '5도 2촌'의 라이프 스타일이 새로 각광을 받는다고 한다. 5일은 도시에 살고, 2일은 시골에서 농민으로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2곳에 주거공간을 만들고 도시에서 농촌으로 매주 이동하며 생활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자원과 에너지 시간 낭비가 아닐까. 그냥 우리가 사는 도시자체가 농업과 도시생활이 공존하는 곳이면 어떨까. 주 4일은 직장에서 일을 하고 3일은 마을 텃밭에서 농업을 하며, 먹거리의 일부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농업위기와 환경문제와 도시인들의 정서 안정과 여가생활, 마을 공동체 형성에도 좋은 해결방법이 될 것이다. 인구 감소로 빈주택이 늘어간다면 굳이 그것을 건축물로 활용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마을 공동텃밭으로 만들고 생활녹지도 함께 늘려나간다면 우리 삶터가 더 쾌적해지지 않을까. 일단 우리 모두의 내면 깊숙한 곳에 남아있을 선조들로부터 이어온 농업본능을 되살리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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