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토마토를 못 먹어서요

그런데 케첩은 좋아해요

by Anna

01 토마토 먹어보기


정확히 몇 살 때인지는 모르겠다.

급식에 나온 토마토를 먹고 우웩-토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 나는 토마토를 못 먹는다. 정확히는 먹지 않는다.


토마토가 들어간 음식은 다양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햄버거 안 슬라이스 토마토는 빼 달라고 요구하면 되었고, 샐러드 속 귀여운 방울토마토는 옆 사람을 주거나 버리면 그만이니까.

가장 싫어하는 것은 토마토 주스다. '토마토마'라는 이름의 아이스크림도 싫어한다. 둘 다 먹어보진 않았지만 그 향기만으로도 참을 수 없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케첩이나 토마토소스 베이스의 음식들은 괜찮다.


오이나 민트 초코처럼 내 반토마토 입맛도 하나의 취향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세상엔 맛있는 게 많으니까 굳이 싫은 건 안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올해 1월 목표에 '토마토 먹어보기'를 적었다.


WHY?

1) 트라우마를 극복해 보고 싶어서

2) 토마토가 피부 미용에 좋다고 들어서

3) 다이어트할 때 간편하게 먹고 싶어서

4) 마트 진열대에 놓인 알록달록 토마토가 예뻐서

5) 그냥.. 먹어보고 싶어서


이유는 다양했고, 나는 목표를 실현하기에 앞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서른 살이 되면 토마토를 먹어볼 거얏"

계획의 실행은 이랬다.

직장 상사와 외근을 간 어느 날, 업무차 친환경 마트를 방문할 일이 생겼다.

내 귀여운(?) 계획을 들은 팀장님께서 그 목표를 꼭 이루길 바란다며, 무려 '샤인마토'를 사주셨다.

설탕보다 달다는 스테비아를 넣어 키운 토마토라니, 말만 들어도 맛있을 것 같았다.


그날 퇴근 후 경건한 마음으로 샤인마토를 씻는데 살짝 달짝지근한 향기가 났다.

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지만 약 이십여 년 만에 먹어보는 토마토라 긴장이 되었다. 처음엔 껍질 부분만 살짝 깨물어 봤는데, 정말 단맛이 났다!


'오?' 하며 과육을 씹은 그 순간- 트라우마가 올라왔다.


아무리 단 샤인마토라고 하더라도 토마토 향이 없는 건 아니었고, 과즙이 입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토기가 올라왔다...

안 되는 건 안 되는구나.

깨끗이 씻은 토마토는 다음날 팀장님께 전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했다.


"마흔 살이 되면 토마토를 먹어볼 거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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