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모든 일이 다 잘 풀리길

파리의 안나 07

by Anna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분이다. 엄마와 아빠는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구하라고 했지만, 당장 13일부터 잘 곳이 없기에 초조했다. 밥을 먹고 계속 ‘프랑스 존’에서 글을 확인했다. 가격이 적당한 곳은 위치가 너무 위험했다. 방이 조금만 좋아도 가격이 비쌌다. 가격이 적당하고, 위치가 좋으면 방이 너무 좁았다. (아무리 그래도 10m² 는 넘어야 했다.) 게다가 6개월 이상 머무를 수 있는 장기 집은 별로 없는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8월 말까지 단기로 지낼 집을 구했다.


9월부터 새 학기 시작이니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문의 메일을 보냈다. 집 사진을 보내주시며 내일 오후 1시쯤 직접 보러 와도 좋다고 하셨다. 내일은 오전에 벼룩시장에 갈 예정이었는데, 구경하고 집을 보러 가면 되겠다 싶어 알았다고 답을 보냈다.


혹시 더 좋은 조건의 집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계속 눈팅하다 ‘보금자리’에 들어가니 눈에 띄는 ‘조건부 하숙 제공’이라는 제목. 눌러보니 거동이 불편한 75세 할머니를 위해 아주 약간의 어시스트를 하는 조건으로 월 300유로였다. 완전 좋은 찬스인데? 하며 급히 메일을 보냈다.


룸메 언니와 무얼 할까, 고민하다 우리의 로망이었던 ‘에펠탑 앞에서 샌드위치 먹기’를 실현하러 나갔다. 비록 날씨는 안 좋았지만 우리는 에펠탑 앞 가판대에서 점심을 샀다. 나는 치킨 파니니를 샀는데, 계산할 때 점원이 “Korean?”이라고 묻기에 “Oui” 했더니 불어를 할 줄 아냐고 해서 아주 조금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인사말부터 간단한 회화까지 나에게 아냐는 식으로 말했다.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하고, 파니니와 비싼 환타를 받아서 트로카데로 광장 옆 벤치에 앉아 우리의 로망을 실현했다.

그런데 반도 채 먹지 않은 상태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한 빗줄기로 보이기에 그냥 우산 쓰고 먹자,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점점 빗줄기가 거세지더니 도저히 그냥 앉아서 맞고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샤요궁 앞에서 비를 피하고, 비는 서서히 멎어 들었다. 아직은 축축한 바닥을 휴지로 대충 물기만 제거하고, 앉아서 파니니를 다 먹고 사진 몇 장 찍고 숙소로 돌아왔다.

씻기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트북을 켜고 메일을 확인했더니, 하숙집에서 오늘 4시에 방문하라는 메일이 와 있었다. 하지만 메일을 확인한 시간은 무려 5시 반. 외출해서 지금 봤다고 죄송하다고 답을 보내니 내일 4시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자고 하셨다. 알았다고 연락을 하고, 원래 8월 말까지 있기로 했던 단기 집에는 7/13~8/1까지 변경 가능하냐고 다시 메일을 보냈다. 그리하여 내일은 1시 20분에 단기 숙소를 보러 가고, 4시에는 하숙집에 간다.


부디 모든 일이 다 잘 풀리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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