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je1] 반짝반짝 빛나는 길, #1 Salta
2017년 1월, 나는 남미 파라과이(Paraguay)에서 살고 있었다.
12월과 1월의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Asuncion)은 너무나 뜨겁다. 한낮의 기온은 40도가 넘어 아스팔트가 녹을까 염려되는 날씨가 며칠이나 계속 이어진다. 12월과 1월에 아순시온에서 생활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나는 처음으로 12월의 뜨거운 겨울을 아순시온에서 보내면서 진작에 여행을 떠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1월엔 결코 이곳에서 사우나만 하고 있지 않으리라 결심하면서 아타카마, 우유니 그리고 티티카카까지 나 홀로 배낭여행을 급하게 계획하였다.
아순시온에서 아타카마까지 가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내가 선택한 것은 버스로 아르헨티나 북부의 살타로 가서 살타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칠레 국경을 넘어 아타카마로 가는 것이었다. 지도상 거리는 최단이지만 버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시간은 많이 걸린다. 거의 하루 24시간. 그래도 비교적 시간이 많은 나에게 적합한 루트인 것 같다. 길어봐야 2박 3일이면 아타카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여행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아타카마에서 지인을 만나 우유니까지 같이 가기로 약속까지 하면서 또 살타에서 여유롭게 하루 정도 쉬어갈 수 있게 시간을 조정했다. 그러나 여행은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버스는 생각보다 쾌적했고 2층 첫 번째 자리라 경치 보기도 좋았다. 정말 기분도 좋고 날씨도 좋았다. 그런데 파라과이 - 아르헨티나 국경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출국 절차를 밟는데 나보고 벌금을 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나는 비자도 있고 전혀 위법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이 무슨 일인가 하면서 대사관 지인에게 연락해서 사태를 알렸다. 다행히 대사관 직원과 이야기를 하고 무사통과시켜 줬지만, 내가 가진 1년짜리 비자는 출국할 때마다 벌금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비자였다. 대사관에서는 문제없다고 하는데, 출입국 관리사무소는 매번 벌금 어쩌고 했다. 하지만 난 한 번도 벌금을 내지 않았다.(그러니까 꼭 내야 하는 벌금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비자가 있더라도 거주증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보고 자꾸 카드 보여 달라고...ㅜㅜ) 이렇게 한 번의 해프닝이 끝나고 다른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것이 이번 여행의 고달픔을 알리는 서막이었을 줄은...
파라과이의 국경 Ciudad de corientes를 지나 어둑해져서 아르헨티나 레시스텐시아(Resistencia)의 터미널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침대 버스로 갈아타고 버스에서 1박을 하면서 살타로 향했다. 엉덩이가 아프고 온 몸이 쑤셔서 미칠 지경이 되어서야 살타에 도착했다. 아침이었고 비가 오고 있었다. 멀리서 본 살타는 주황색 지붕에 흰색 집들이 모여있는 전형적인 남미 식민지풍의 도시였다.
도착했을 때 다행히 비는 그쳤고, 버스에서 내린 여행객들로 이미 터미널은 붐볐고 줄은 길었다. 나도 바로 풀만(Pullman) 버스를 찾아서 아타카마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 생각보다 비쌌다. 시간도 새벽이라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걸 타야 아타카마에 오후 6시쯤에는 도착할 수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직원은 내일 출발 시간 30분 전까지 여기 이곳 버스회사 사무실 앞으로 오라고 했다. "그래, 내일 보자!" 신나게 인사하고 호스텔을 찾으러 터미널 근처를 돌아다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벽 버스라면 숙소를 잡지 않고 터미널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탔을 텐데 이젠 나이도 있고 몸도 예전 같지 않아 숙소를 잡아야 했다. 그리고 어제도 버스에서 잤지 않았나... 그런데 터미널 주변에는 방도 없을뿐더러 있는 방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결국 시내로 가야 했다. 어차피 시내 구경하고 내일 새벽엔 택시 타고 움직이면 되는 거니까.
살타 터미널에서 시내로 가는 길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멀지도 않았고 중간에 큰 공원이 있어서 배낭을 내려놓고 좀 쉬었다. 중간에 호수가 있고 분수도 있었는데 물 색깔이 회색이었다. 토산품 시장도 있어서 있다가 와서 봐야겠다 하고 눈으로 점찍어 놓았다. 살타에서 유명한 도시 전경을 볼 수 있는 산 베르나르도 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 타는 위치도 알아내면서 쉬엄쉬엄 걸었다.
시내 중심가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렴하지만 깨끗한 호스텔을 찾았다. 직원도 친절하고 아직 체크인 시간이 멀었다면서도 친절하게 배낭을 받아줬다. 홀가분해진 몸으로 광장으로 나갔다. 커피도 한잔 마시고 싶고 어디 앉아서 좀 쉬고 싶었다. 광장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커피와 엠파나다를 먹고 둘러보니 살타도 나름 괜찮은 도시였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휴가를 많이 오는 곳이라고 한다. 고풍스럽기도 하고 세련되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동네인데 오늘 하루만 있다가 가야 해서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며칠 동안 나는 이 광장을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하고 살타의 골목골목은 다 걸어 다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