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공룡 그림일기 >
#좋을 때.
점점 나이가 들면서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어요. 바로 "좋을 때"라는 말입니다.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속으로 '아, 정말 좋을 때다...'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대학생을 보면 '아, 저 땐 뭐든 시도해볼 수 있는데...'라며 아쉬워하곤 합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런 걸까요. 지나온 모든 순간들이 아쉬움의 기억으로만 존재합니다.
굳이 따지고 보자면, 우리는 어쩌면 매 순간이 좋은 때였을지도 몰라요. 어렸을 때의 그 순간에 좋은 감정이 머물러 있어 그리워하고, 그 순간을 잡아두고 싶은 마음. 모든 순간이 좋을 때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매 순간을 열심히 살아왔고 좋은 순간을 살아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지금의 저는 무직 상태로 시간만 보내는 것 같다고 좌절 중이지만, 어쩌면 미래의 저는 현재를 되돌아보며 좋을 때였지 라며 회상할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는 모두 수십 년째 좋은 때를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