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공룡 그림일기 >
#. 할머니의 치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지내왔습니다. 부득이하게 부모님께서 벌이를 위해 할머니 밑에서 키워져 왔던 시절을 거치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부모님이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서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할머니와 아주 친근한 사이이고, 실제로 친구처럼 편한 사이이기도 합니다.
그런 할머니께서 재작년부터 치매를 앓아오기 시작했고, 그 뒤로부터 할머니와 본의 아니게 자꾸 말다툼하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힘이 없으신 할머니께서 집안일을 일절 하지 않도록 하는데, 자꾸 고집을 부리며 도와주시는 상황에서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나더라고요. 결국 서로 말다툼을 하고 후회를 하게 되는 일상의 반복.
다시는 안 그래야지 다짐을 하면서도 계속되는 반복에도 할머니는 다음날이면 늘 한결같이 저를 이뻐해 주십니다. 할머니의 기억력이 아무리 안 좋아지셨어도 전날 저와 다툼을 한 것까지 잊어버리지는 않으실 텐데, 할머니께서 진짜 사랑을 베풀고 계셨던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진짜 아픈 사람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아니라, 제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