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정체성, 자아, 진로, 인간관계... 왜 살아야 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한 때 고민해보지 않은 이가 누구겠냐며 아직도 거기에 빠져 허우적대는 건 너무 유아틱 하지 않냐고...
성철은 강했다.
짜증도 나고 우울하기도 하고 기분이야 좋았다 나빴다 했지만 감정에 빠져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았으며, 특유의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판단력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헤쳐나갈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었다.
겉보기와 상관없이 남들에겐 괜찮아 보여도 속으론 얼마나 아프고 타들어가는지, 멀쩡하게 살다가도 왜 가끔씩 멀쩡하기 힘든 날이 있는지, 이성적으로 별로 화가 날 일이 아닌데 왜 자꾸 안에서 분노가 치솟고, 지나가듯 툭 던진 가까운 이의 말과 행동에 혼자서 멍이 들어 미움과 원망을 퍼붓다가... 결국 그 증오가 자기와 자기 삶으로 향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