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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Apr 25. 2024

수용, 그게 할 수 있는 전부라서

바람이 들고

비가 닥치고

햇살이 비치고

작은 새가 앉아 있었지.


큰 나무는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떠나보냈어.


깜깜한 어둠이 오고

뜨거운 여름, 찬 겨울이 와도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오고

따스한 봄, 예쁜 나비가 와도

그 자리에서


그게 나무가 할 수 있는 전부라서


저항 없이 묵묵히

집착 없이 가만히


지혜로운 나무는

그저 들어오고 나가도록

두 팔 벌려

잎을 열었어.



시간이 흘러 흘러

순간이 영원으로


뿌리가 내리고

줄기는 단단해져


나무에 깃드는 사랑은 더욱 커지고


나무를 두렵게 했던

컴컴한 어둠과 세찬 바람마저도

이제는 큰 나무 품 안에서 쉬어가.


어떤 악마 같은 감정을 품었던지

얼마나 깊은 상처를 주고받았던지...

괜찮대.


우리 모두는 온전한 진짜이기를 원하지만

놀라고 아플 때마다 피하여 덮었고

그렇게 포장한 채 가짜로 살면서도

그 사실을 몰랐던 거라고.


그저 잘 살고 싶어서,

잘 살아보려 그랬던 거잖아.


...

이유가 있어 내게 온 거야.

밀어내지 말고 바라봐 달라고,

그렇게 온 거야.


괴물이 된 모습 속에도

여린 아이가 숨어있었지.


모든 감정과

모든 상황은 정당하므로_


받아주고 안아주고...

풀어놔 보내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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