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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성 Aug 29. 2021

달빛이 아프다. 2


- 달빛이 아프다. 2


이젠 우리가 헤어질 때라고 

예상치 못했던 지금 네가 그 말을 했다

나는 할 말을 잃었고

절망 깊은 마음 조각들은 출렁이며

가로등 불빛에 불안하게 반짝였다

의미도 감각도 상실한 채 속절 없이 먼 하늘에 가 닿은 

시선은 허전했다


칠흑 같은 하늘엔 오리온 성좌가 시리도록 선명했다  

시선 가득 메워오는 별자리에서 슬픈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폴론의 계략이었다 

사냥을 하고 있는 오리온을 아르테미스는 표적으로 알고 화살을 쐈고 오리온은 그 화살에 죽었다

아르테미스는 절망을 하고 

제우스는 그런 그녀를 위해 밤하늘에 오리온을 본 따 별자리를 만들어 위로 했다 

비극적인 사랑을 나눈 오리온과 아르테미스의 전설이다

우리 사랑도 그 만큼이나 비극 적일까? 


달빛이 너무 투명하다 

달빛이 아프도록 내려와 

너와 나를 에워싸고 희미한 둘의 그림자 마저 지워 버렸다

맑은 달빛이 흘러 시간을 거꾸로 돌려 놓은 듯  


인파들의 수많은 재잘거림과 북적거림이 주변을 스쳐가고 있었지만 

너와 마주하는 사이에는 황량한 바람만 불어가고 있었다 

숨이 멎을 듯한 진공 같은 빈 공간이 만들어졌다

짙은 침묵 

무게 중심을 잃은 나는 어우러질 수 없는 추상화 속 두 가닥 선이 되어

팽팽한 긴장감 속 무겁고 무기력한 시간과 함께 겉돌고 있다


떠나야 할 기차는 플랫 홈으로 바람을 거칠게 휘몰며 들어 오고 있었다

굵은 기적 소리에 정신을 수습하고 보니 

너는 없었다. 

전설 같은 이야기 만을 남겨 두고 너는 무심히 가버렸다  


................ 이미 이별을 짐작하고 만나는 관계도 있었다. 그럴 경우는 더욱 아프다. 


오래 오래 여운으로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너무나 맑은 달빛을 바라보면 그런 이별이 떠오른다.


불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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