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8
비가 막 그친 길 위달팽이 한 마리가 있었다
등에 있어야 할 집은보이지 않았고물기 어린 몸만이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스미는 쪽에 가까웠다길이 생기기 전에흔적이 먼저 남았다
젖은 선 하나가아무 소리 없이 이어졌고그 끝에서작은 빛이천천히 말라가고 있었다
어떤 부분은이미 부스러졌고어떤 부분은아직 녹고 있었다
아
나는 그때 처음으로돌아가는 일에방향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조용히 생각했다
쓰는 사람. 마음을 쓰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 이야기 듣는 일을 하면서 마음을 일렁이는 일상과 작은 생각을 소분합니다. 많은 것들에 미안해하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