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7
누군가의 첫 손길이
처음이었는지 아닌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그건
오래 지나
손을 놓고 난 뒤에야
비로소 기억되는 감촉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랑하기 시작한 날이
정확히 언제였는지
서로 묻지 않았듯
사랑이 끝난 날에 대해서도
우리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그림자가
겹치지 않게
천천히 물러났다
어떤 감정은
그때보다 훨씬 나중에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마치 편지의 끝처럼
혹은
끝나고 난 연극의 무대처럼
그러니까 이건
조금 늦은 문장이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오래
사랑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