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6
지나가는 버스마다
행선지가 바뀌고 있었다
처음엔 오타인 줄 알았지만
가만히 보니
모두 진짜 같았다
한때 익숙했던 동네 이름들이
어느 날부터 낯설게 들렸다
거기,
누가 살고 있었더라
무슨 일이 있었지
나는 타지 않았다
그냥 앉아 있었고
표지판 위에서 깜빡이던 LED만
조용히 사라졌다
멀리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았다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이름은 불리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나는 아직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안개가 차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