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와 운명

겨울에 읽고 쓰고 둔다

by NIL

그녀의 의지가 만든 가문의 운명

『의지와 운명』 / 카를로스 푸엔테스/ 김현철 옮김/ 민음사 / 2021


무서운 이야기. 한 사람의 잘못된 의지가 다른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12월의 어느 날, 멕시코의 옛날이야기였던 “의지와 운명”이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이야기로 다가왔다.

과대망상 집착증에 걸린 자의 헛소리를 듣고 있는 자신이 한심했다. 그가 아직도 권력자라는 이유로, 또는 반론을 들어보자는 생각에 중계 방송하고 있는 언론들이 괘씸했다. 누구 한 사람의 객기가 정말 순수한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것이 진짜 트라우마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

총 두 권으로 편집된 이야기를 접하며 첫 권을 볼 땐 ‘데미안’ 같은 성장 소설인 줄 알았다. 학교에서의 우연한 사건으로 ‘예리고’와 친구가 된 ‘여호수아“. 동년배 아이들보다 월등한 독서량에 부모가 없다는 공통점으로 친밀해지고 쌍둥이와 같은 관계로 발전하며 모든 것을 공유하던 아이들. 그런데 두 번째 책을 읽을 때는 재벌가의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이야기와 아비를 죽이려는 자식,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로 변했다.


파리에서 돌아온 ‘예리고‘는 권력자에게, 법률가가 된 ’ 여호수아‘는 재벌에게 중요한 참모가 된다. 그리고 감옥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아들. 권력자와 재벌, 그 사이에 있는 욕망을 가진 여인 ‘아순타’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스피노자를 선망하는 신부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법대 교수. 그들과 함께 엮어내는 신화와 성경, 철학 이야기가 중첩되면서 이것이 단순한 재벌 가족사를 뛰어 없는 깊이가 있는 명작이라 말하지만 결국 치정과 질투에 의한 살인 사건으로 막을 내린다.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그렇게 끝난 이야기는 멕시코 게래로 주 연안을 떠 다니는 잘린 머리의 회고였다. 자기가 그 해에 잘린 천 번째 머리라고 말하면서 멕시코 사회의 혼란을 암시한다. 만연한 범죄와 부패한 권력, 그와 결탁한 기업, 어디서 누가 죽어도 하나도 놀랍지 않은 나라. 그 시대에 대한 회고를 따라가며 드는 질문 한다.

‘그렇다면 여호수 와가 진정 원하고 바랐던 것은 무엇인가?’


가장 친밀한 쌍둥이 같았던 ‘예리고’는 권력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며 비정한 ‘카인’으로 변했다. ‘아순타’는 재벌에 대한 배신과 찬탈의 욕망을 가졌다. 반면 ‘여호수아’는 자기 기억에 없는 어머니와 유년 시절의 가정부, 잠깐 지나간 요양 간호사, 그리고 매음굴의 여자들을 나열하지만 자신의 욕망은 없다. 그저 사람들을 관찰하고 궁금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 그는 주인공이면서도 철저하게 봉인된 존재였다. 학교에는 ‘데리고 ‘가, 감옥에는 또 다른 형제 ’ 미겔‘이, 회사에는 ’ 아순타‘가 그에게 역할을 요구하고 그의 것을 함께 하기를 원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그의 평범한 일상에서 그나마 의미를 갖는 시절은 “루차 사바타‘라는 미지의 여인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어느 날 그의 품으로 뚝 떨어졌던 여자. 보호하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지만 떠나 버린 여자. 미스터리한 그녀의 존재만이 그를 지탱하는 힘이 될 줄이야......


모든 일의 설계자. 그녀. 안티구아 콘셉시온

이것은 멕시코의 아주 옛날이야기이다. 지금은 통신재벌이 된 막스 몬로이의 엄마, 콘셉시온의 이야기다. 혁명과 전쟁의 와중에서 교묘한 계략으로 땅을 지키고 엄청난 부의 기반을 마련한 불사조 같은 여인. 그에게 순종하는 아들과 십 대의 어린 소녀를 결혼시킨 후, 땅을 빼앗고 정신 병원에 집어넣은 비정한 엄마는 그렇게 제국을 물려줬지만 아들은 반항했다. 어린 신부를 유린해 세 아들이 태어났다. 자신의 정체를 모른 체 살다가 어느 순간 반목하고 죽어갔다. 어린 신부를 지키지 못한 아들은 자기의 아들들도 지키지 못했다. 오히려 말년에 들인 여자 ’ 아순타‘에게 모든 것을 내줄지도 모르는 위기.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었던 늙은이는 결국 모든 것을 젊은이에게 넘겨야 한다는 두려움에 그녀의 악행을 방관한다. 그렇게 콘셉시온이 설계한 제국은 또 다른 여인의 의지로 변화한다.

”그건 필연이었어. 행운이 아니라, 그가 없었어도 빠져나올 방법을 찾아냈을 거야 “

운 좋게 몬로이를 만나 성공했다는 여호수와의 놀람에 그녀는 분명히 말한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였다고. 마치 콘셉시온의 거대한 의지가 그의 아들과 손자들의 운명을 지배했듯이. ’ 아순타‘의 의지는 그녀와 몬로이 가족의 운명을 다시 바꿨다.


저주받은 운명

그렇다면 여호수와는 목이 잘려 죽을 저주받은 운명을 타고난 것일까?

운명이라는 말은 그가 타고 난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떨 때는 환경 자체를 운명이라 한다. 재벌가의 버려진 자식. 그것이 여호수와의 운명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말할 때 의지라는 말을 쓴다. 버려진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었다. 공부에 대한 의지로 행동과 결과를 만들고 그것이 운명을 바꾼다. 호기심 많고 활발한 청년 ’ 예리고‘의 권력 의지는 그와 형제들의 운명을 바꿨다. 비정한 막스 몬로이는 자신의 엄마에 대한 복수 의지로 세 아들을 희생했다. 결국, 한 사람의 의지가 다른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잘못된 의지가 다른 사람의 운명을 망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을 책임지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할 수 있어도 해선 안 되는 일이 있다.


”나는 모든 것을 차지할 자격이 있어. 막스 몬로이를 위해 나만큼 열심히 일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

아순타의 그럴듯한 말은 쉽게 변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방해된 모든 사람을 치워서라도 모든 것을 차지할 것이야 “


공교롭게도 오늘이 12월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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