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와우 Aug 31. 2021

인정욕구 들여다보기

하루살이 묵상#7

삶은 늘 선택과 집중의 연속이다. 내가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느냐는 내 선택을 반영하고, 그 선택에 따라 내 삶의 모양은 결정되기 마련이다. 

자기확신이 얼마나 있느냐는 도전적인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의도가 둘 중 하나 임을 발견한다. 본인의 선택과 집중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운 사람이거나, 혹은 그렇지 못하거나. 두 경우 모두,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선택과 집중을 평가하고 싶은 경향이 있음을 발견한다. 사실 자기확신에 유난히 집착하는 성향은, 오히려 그것이 부재함을 느끼기에 다른사람으로부터 인정핟고 싶어하는 열등감이 숨어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헤겔의 말처럼,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살고싶어한다. 인정욕구는 세계 안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그 자체를 나쁘다 좋다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스로를 인정하는 힘을 키워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기준과 평가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불안한 환경으로 스스로를 내몰 수 밖에 없다. 자기인정이 선행되지 않는 사람들은, 늘 피상적인 가치기준들에 의해 이끌려다니며 자기확신이라는 명분하에 돈과 성공과 명예를 기준으로 판단내리기를 멈추지 않으며, 스스로와 관계들에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오늘 묵상의 말씀들 속에서 인정욕구 사이에 놓인 열등감과 욕망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만든다. 첫번째 본문에서는 자기확신에 가득차 성전건축을 완공하여 축제를 벌이는 모세에게 던지는 신의 조언이 나온다. 그토록 열심히 성전을 건축한 행위들이 과연 신에 대한 충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본인의 명성과 성공의 욕망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에 관한 물음에 대해 강하게 직면하는 질문을 던진다. 두번째 본문은, 유명한 구절인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과 같다"는 메세지이다. 그 예로 자신의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친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본인이 사랑하는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 행위 덕분에 아브라함의 신에 대한 믿음이 증명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믿음이라는 속성은 행위라는 형태를 만나야지만 드러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은 예수가 이전에 경고했듯이, 베드로가 닭이 두번 울기 전에 예수를 세번 부인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이다. 처음에는 절대 아니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베드로는 스스로가 행한 행위들을 다 경험하고 나서야, 예수가 이전에 말했던 자신의 부인에 대한 예언을 받아들이고 마음이  무너져버렸다고 (heart break down) 본문에서는 표현하고 있다. 모든 행위들 후에서야 우리는 결국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고 반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Representation 재현, 혹은 표상이라고 불리는 체계는 내가 믿고 있는 외부세계를 주체의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다는 인식론적 입장이다. 한마디로 내가 욕망하는 것들을 상상하고, 그것을 머릿속에 체계화시키는 과정이다. 재현을 분석한다는 것은, 내 안에 깊이 자리잡은 욕망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그에 따라 나는 삶의 과정을 선택하고, 집중하고, 행위를 통해 만들어나간다. 오늘 성서 본문과 연결해서 살펴보자면, 자기인정의 뿌리가 신이라는 보편욕구를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기적인 자기보존욕구에만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머릿속이 아니라, 행위를 통해서 내 인정욕구가 어디를 향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행위를 통해 내 욕망의 구조가  내 머릿속을 어떻게 채워가는지를 확인하게 되면, 베드로처럼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실망을 할 수 도 있고, 아브라함처럼 아들을 다시 살리는 기적같은 선물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현은 욕망구조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자기확신 기제가 너무 강하면  제대로 직면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반대로 자신의 욕망구조 이데올로기에 대해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려면, 자기 한계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하여, 내 믿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은, 나의 정체성과 나의 인식구조를 파악하는 데에 가장 선행하는 일이 된다. 내 마음과 머리를 사로잡은 것이 무엇인지, 믿음체계 혹은 욕망구조를 파악하면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고, 그런 행위를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나를 끊임없이 우울하게 만드는 게 내가 믿고 있는 잘못된 믿음체계라면, 그것이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보는 것은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거가 될 것이다. 반대로, 관조 대신 자기우상화를 통해 방어기제를 높이기만 한다면, 자기확신을 명목으로 스스로를 그리고 타인들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는 굴레에 갖히기 쉬움을 본문은 보여주고 있다. 


나는 과연 어떤 인정욕구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자기우상화에 빠져 있지는 않는가? 



참고자료:

1Kings 8:65-9:9

James 2:14-26

Mark 14:66-72

헤겔, 정신현상학



이전 09화 믿음, 신뢰, 관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