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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Sep 27. 2024

가오갤…… 그리고 또 한 사람

1.

가오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즈… 아니고 가오(일본말로 ‘얼굴’, 한국말로는 ‘폼생폼사’의 ‘폼’ 정도) + 갤러리(사진첩)의 준말로, 집사들은 그의 sns를 가오.갤로 불렀다. 가오.갤은 재패니츠 스피츠 품종 ‘키링’ 강아지 수국이, 아니 국수와 국수 아빠의 음악 감상 콘셉트의 사진으로 주말을 열었다.


은은하고 감미로운 조명에 에디슨 시대에 만들었을 것 같은 클래식 오디오로 듣는 음악 감상. 장르는 주로 클래식 혹은 올드팝이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국수가 아빠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시점샷이 주를 이룬다. 이에 그를 추종하는, 정확히는 그에게 떨어지는 시혜의 단물을 빨고 싶은 몇몇 예비 셀럽들이 댓글을 단다. ‘예쁜 국수와 다정한 아빠~~ 부럽습니다~~’, ‘역시 주말에는 이 두 부자(父子)의 모습을 보고 시작해야~ 기분이 좋아요~~’와 같은.


가오.갤은 그가 컨택하는 작가를 향한 찬사도 이어졌는데, ‘***작가님의 *****시리즈 완간! 축하드립니다!!’와 같은 그래도 영업적인 멘트를 날리는 행보도 잊지 않았다. 물론 매일매일 랜덤으로 직원 중 한 두 명과 한두 시간씩 가지는 물타임(티타임 아님)에서는 “***은 디자인도 못하는데 굳이 굳이 지가 디자인까지 한다고 맨날 그러더라. 글이나 잘 쓸 것이지. 이번 시리즈도 결국 부득부득 우겨서 지가 했지 뭐래니. 진짜 별로야~”라는 한 마디는 꼭 덧붙이면서. 그 말과 함께 sns로 찬양했던 별로인 그 작업의 결과물을 책은 책상 위에 툭 던져졌다. 집사들, 아니 직원들은 생각했다. 내 작업물도 어디선가 그의 손에서 저렇게 던져지는 건가. 현타가 몰려와서 그 한두 시간을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물 먹는시간, 아니 물타임이 계속됐다.


매주 월요일 아침, 이런 식으로 업데이트되는 가오.갤을 보며 집사들은 국수의 주말이 어땠는지 체크했다. 역시 집사라면 개라도 주인님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기에. 집사들은 생각했다. 개가 사람 말을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렇다면 인터넷에서 우스개 소리로 많이 쓰이는 ‘지금 곤란한 상황이면 저기 옆에 있는 당근을 들어 주세요‘ 같은 짤이 통할지도 모를 텐데… 말이 안 통하는 동물인 개이니 여러모로 나를 포함한 집사들은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국수는 아빠를 좋아하니까…라고 애써 외면할 뿐이다. 정말 애쓰면서.


2.

외로운 많은 개가 그렇듯 국수도 자기 똥을 먹었다. 물론 몰래. 시간은 주로 새벽녘 아무도 없는 시간으로 추정될 뿐. 자기가 싸고 자기가 먹었다. 이른바 식분증. 외로운 개가 주로 걸리는 병 아닌 병. 외롭지 않다면 충분히 안 걸릴 수도 있는 병, 그 병에 사람도 아닌, 아니 사람도 힘든 외로움이라는 병에 개가 걸려 버렸다. 말리려고 해도 일이 일어날 땐 함께 있는 이가 없으니 별 수 없는 일이었다. 정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던 집사들은 할 수 없이 국수에게 정을 주어 버리게 되었다. 정을 주니 당연히 산책을 시키고 케어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모든 흐름이 김씨에겐 완벽했다. 손 안 대고 개 키우기. 그리고 완벽하게 관리된 개와 함께한 사진 sns 업로드까지! 그러나 누구도 지켜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때, 국수가 매일 똥을 먹던 그 순간, 이를 그저 지켜만 보던 한 사람이 있었다. ‘오늘도 자알~ 먹고 있구나. 흥!‘ 돌아서는 그의 발걸음에는 개가 똥을 먹던 오줌을 먹던 자비심이란 1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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