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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의 일상 Dec 15. 2021

월월!

한의원 일상

 금요일이었다. 한 할아버지께서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원장실로 들어오셨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자마자 눈을 게슴츠레 뜨며 외쳤다. "뭐꼬?? 여원장이가??" 아. 나는 종종 마주친다. 단지 내가 어리고, 여자여서 마주치는 날 것 그대로의 무시들. 나는 애써 웃으며 능숙하게 화제를 돌린다.  "네, 아버님. 여원장이네요. 오늘 어디 불편하셔서 오셨어요?" 드디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여린 여자가 아니라 한의사인 게 확인되었는지 할아버지는 자신의 병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치료가 끝난 후였다. 나는 다음 내원 날짜를 설명드렸다. 안타깝게도 이 할아버지도 '듣는'행위가 불가능한 분이셨다. 

나 : 아버님. 다음 주 월요일에 오세요!

할 : 뭐라고?

나 : 다음 주 월요일에 오시라고요!

할 : 뭐 라카는 지 모르겠다.

나 : 월요일!!

할 : 뭐라고?

나 : 월!! 요!!! 일!!!

할 : ??

나 : 월!! 월!!! 월!!!!!!!!!!!!!!!!!!


 아. 왜 하필 월요일이었을까. 월월! 나는 한의원의 한 마리의 개가 되어 월요일을 부르짖었다. 침대마다 커튼이 쳐져있지만 천장은 뚫려있어서 이렇게 크게 외치면 한의원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다. '나는 한동안 한의원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거야.' 안내를 포기할까 고민하는 중에 드디어 할아버지가 월요일을 알아들으셨다. 


 왜 하필 월요일이었을까.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화화!! 목목!! 토토!! 모두 머릿속으로 외쳐보았지만 결론은 다 이상한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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