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에세이
그 자리에 있는 줄도 모르던 나무가 마른 근육질의 양팔을 한껏 드높이 펼치고
땅에서 바로 상체가 솟구친 탓에 허리는 없는 모습으로 나를 반기고
늘 같은 공간이건만
언제 이렇게 컸나, 언제 이렇게 드세게 자랐나 싶을 정도로
풀과 나무가 어제와는 또 다른 자신들만의 진성을 이루고.
아주머니들은 무언가 캐서 쓸 만한 풀이 있는지
펜스 아래, 계곡 위 수풀더미로 네 명이 한꺼번에 뿔뿔이 침투해 방만하지 않은 삶을 열심히 일군다.
이제 다가올 무더위에는 선 캡이 하나쯤은 필요할 것이다.
풀은 무섭도록 빠르게 자란다.
풀의 푸르름보다도 그 가열한 성장세가 나를 더 놀랍도록 작열하게 한다.
빼곡한 수풀 사이를 시냇물은 설핏 없는 듯 자락을 비추기만 하다가 상위로 올라갈수록 보다 명명한 물줄기로 드러내고,
'이야' 싶을 정도가 되었을 때, 그 물줄기의 굵음은 곧 내 마음의 굵음이 되어 지리멸렬한 나태를 깨끗이 씻어 내린다.
얼마 전 내가 즐겨 듣는 음악 앱 라디오에서 추천받은 Chromeo의 'Over Your Sholder'라는 노래가 생각나 선곡하고는
그 펑키한 음악에 신명 나게 팔을 팔랑이며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자라나는 풀처럼, 씩씩하고 알차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햇빛이 나의 안경에 반듯한 심지를 내보이듯 세 번, 반사되며 강직히 머물렀다.
햇빛은 온건한 샹들리에다.
그 따뜻한 현현함이 삶을 다시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