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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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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writer Jun 26. 2022

산책일기 18. 사랑의 기지개

연재 에세이



가는 눈을 뜨고 바깥으로 나섰다.

햇빛이 기지개를 쫙 켜라며 햇살을 나의 사방으로 쪼였다.


내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멈춰서 나무 사진을 찍는 동안 엄마는 앞서 나갔다.

지천의 초록색 잎들을 보자 갑자기 빨간 토마토가 떠올랐고,

작은 수레를 끌고 나왔으니 엄마에게 이왕 나온 김에 토마토 한 박스를 사 가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다.

엄마는 마침 그럴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진짜 그랬을지는 알 수 없다.


토마토 얘기를 나누니 올 3월에 맛보았던 대저토마토가 떠올랐다.

'짭짤이토마토'로도 불리는 대저토마토는,

알고 보니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생산되어 '대저토마토'라 불리는 토마토였다.

이름에 서린 특유의 늠름한 기운 때문인지 주스로 만들어 먹었을 때 더 든든하고 새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내게 올 3월은 몸이 좋지 않아 입맛이 없을 때였는데,

엄마가 TV 홈쇼핑을 보다 갑자기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듯이 혼잣말로

"맞아, 대저토마토를 사러 가야겠다, 그거면 될 거야"라고 말했다.


"아주 좋을 것 같아. 먹기도 부드럽고, 입맛도 살고, 짭조름하고. 그치?"


그때는 나쁜 컨디션에 다른 일과 말에는 도무지 흥미가 없을 때라,

나의 식단을 계획하며 즐거워하는 엄마의 모습이 무척 의아할 뿐이었는데

(그러한 맹목적인 사랑의 궁리는 대체 어디서 태어나는지)

그날 오후에 곧바로 수레 카트를 끌고 나갔다 온 엄마가 대저토마토를 한 박스 사와 주스로 만들어 주자마자

대저토마토와 사랑에 빠졌다.

주스를 마시면 유일하게 입맛이 살아 기력을 차리기 힘들 때마다 대저토마토 주스를 찾아 기사회생했다.


'부산'과 '토마토'란, 식품에 무지한 내게 무척 생소한 연결고리였다.

그래서 알게 된 후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이게 부산의 대저동에서 왔다고?'

지역의 멋으로 전해졌다.

대저토마토가 자라는 곳은 낙동강 하류라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자리라 한다.

덕분에 염분이 많고 토지가 비옥해 당도는 높고 과육은 일반 토마토보다 단단하다.

특유의 시고 달고, 그래서 뭐라 할까 고민하다 '짭짤한 맛'이 된 복합적인 맛은 여기에서 기인했다.

나야 주스로 마셨기 때문에 단단한 식감은 맛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내가 수확이라도 한 것처럼, 대저토마토를 생각하면 단단한 식감을 내 등에 업은 양 자랑스러운 기분이 된다.

시큼한 채즙이 양 침샘에서 바로 쏘아져 나온다.


토마토는 품종 개량이 활발하여 전 세계에서 5,000종이 넘는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많기도 많다.

그중 대저토마토는 내 사랑이고.

짠맛과 신맛의 조화, 짭짤하여 간을 보게 되고, 뒤로 돌아서서도 두고두고 생각나게 하는 맛.

대단히 엄청나게 탄복할 만한 맛은 아니지만, 잊을 때쯤 떠올라 묘하게 뒷덜미를 끌어당기는 상큼하고도 자연스러운 맛.

엄마만이 내게 줄 수 있는 맛이다.

나에 대한 엄마의 사랑.


고로, 상관도는 이러하다.

대저토마토 > 나 >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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