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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율 May 27. 2020

퇴사 후,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작년 말,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터지고

약 4개월 후, 잘 다니던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퇴사'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바이러스도 잠잠해지고, 곧 다시 예전처럼 생활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이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하던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코로나19는 3월이 되자 점점 더 심각해졌고, 사상 초유 전국 학교의 문이 닫히고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었다. 학교 오프라인 교육을 메인으로 제공하는 우리 회사에게는 이만큼 절망적인 뉴스가 있을 수 없었다.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19가 나의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줄 지 몰랐다.

의도치 않게 맞게 된 '코로나' 퇴사를 경험하며 느낀 몇가지 생각들을 적어본다.




1.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산업과 일자리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기 전에도 '4차산업혁명의 변화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자리를 위협한다' 등 산업과 일자리 구조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익히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말 그대로 '논의'인거지 '체감'은 아니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지만, 당장의 위협이 되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도래 이후,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산업은 전반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반면, 모바일이나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산업은 타격을 덜 받거나, 혹은 더 호황을 누리게 된 곳도 있었다.


이제는 코로나19 이후의 시대, 곧 '포스트-코로나19'를 준비해야 한다. 많은 변화 속에서 위기와 기회들이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 빠르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관련 기사)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 평생 직장은 없다.


당연히 회사를 다니면서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거나 새롭게 창업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프리랜서로 일하게 될 가능성은 요즘 같은 세상에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첫 회사였고, 마음의 준비 없이 첫 퇴사를 급작스럽게 맞이하게 되었다. 평생 직장이 없다는 것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느낀 첫 순간이었다.


평생 직장이 없음을 체감하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직장말고 무엇으로 평생을 먹고 살아가지?"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아직 30대 초반이니 평균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70년이나 더 남았다. "직장이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 있어야만 앞으로 70년을 잘 살아가겠구나" 싶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은 무엇일까?


문득 예전에 유튜브 세바시 채널에서 봤던 더랩에이치 대표의 강연이 떠올랐다.(영상보기) 이 강연의 주요 메시지는 '직장이 아닌 나만의 직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직업이란 직장에 있든 없든, 나만의 경험과 기술을 가지고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결국 '나에게 필요한 경험과 기술들을 쌓아가면서 나만의 직업을 만드는 것'이

'직장이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무엇'이었다.




3. 소속감이 주는 막강한 힘을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퇴사하고 감정적으로 크게 느낀 것 중 하나가 바로 '소속감'이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함께 한다는 것이 주는 힘이 막강하다는 것을 회사 밖에서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의 불안정성이 점차 높아지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고, 결국 일에서 맺는 관계의 지속성은 더욱 짧아지고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불안정한 무소속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는 회사에서 주는 소속감하고는 성질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갖게 되는 소속감의 기반은 단순히 친밀도나 애정이 아니라 '내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그에 대한 보상을 인정 받을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만족'에 있기 때문이다.


아직 경험 밖이기 때문에, 위의 질문에 대해 확신있게 답할 수는 없지만, 소셜미디어 속 인플루언서들을 보면서 "소셜네트워크가 직장이 주는 소속감의 새로운 대체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를 활용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기도 하고, 나아가 돈도 벌고 있다. 단지 오프라인이 아닐 뿐, 그들은 마치 소셜네트워크라는 공간에 소속되어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우리 옆에 훌쩍 다가온 1인 미디어 시대는, 새로운 의미의 '관계맺기'와 '소속감 형성'에 대해 이미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Unsplash







<퇴사 후, 비로소 보이는 것들> 프롤로그 


퇴사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퇴사 이후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한, '산업과 일자리의 변화의 문제'나 '직장과 직업의 문제' 뿐만 아니라 돈 문제, 시간 문제, 멘탈 문제, 진로 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문제들이 생겨났습니다.  


몇몇 문제들은 퇴사 전 혹은 퇴사 직후에 겪고 지금은 해결된 것들도 있고, 몇가지는 다소 늦게 문제로 인식되거나 아직 해결 못한 것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퇴사하면서 마주하게 된 문제들과 내 나름대로의 해결 방법과 대처했던 경험들을 정리해서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쉽게 잊히기에는 너무 특별하고 값진 경험이라 오랫동안 남겨놓고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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