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을 활용한 시간 관리 커스터마이징
퇴사 후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의 양이 절대적으로 많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내가 인식하는 시간의 가치는 줄어들었다. 또한 지켜야 하는 출퇴근 시간도 없고, 업무의 데드라인도 없다 보니 회사를 다닐 때보다 시간을 낭비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기 십상이었다. 며칠 이렇게 지내고서는 '아차!' 싶었다. 나에게 시간은 돈 대신 얻은 보상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시간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됐다.
그야말로 퇴사자에게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느끼고 나니, 갑자기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많은' 시간을 '내 맘대로' 쓰되, '잘' 쓰는 방법을 구상하게 되었다.
혼자라도 시간을 가치 있게 쓸 수 있도록 규칙과 의무를 만들어 지키되, 어느 정도의 마음속 여유와 자유 또한 누리고 싶었다. 그렇게 이 두 가지를 모두 놓칠 수 없는 마음에서 비롯해, 오직 나만을 위한 맞춤형 시간 관리 페이지를 만들게 되었다. 현재 <노션 Notion>이라는 툴을 활용해 시간 관리를 하고 있다. 사실 노션의 주요 목적은 팀 협업을 위한 플랫폼이지만,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하기에도 매우 좋다.
노션은 몇 가지 기능을 활용해 나의 데이터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커스터마이징 해서 볼 수 있다. 처음에 기능을 익히는 것이 어렵지, 하다 보면 금방 이것저것 만들 수 있다. 데이터를 단순히 모아두는 것뿐만 아니라 filter, sort 등의 기능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류하기에도 편리하다. 노션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템플릿을 참고하면 그럴듯한 페이지를 만들 수도 있다(자세히 보기). 그래도 처음에는 기능을 익혀야 하니 스스로 작은 거라도 직접 만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노션에 대한 설명은 요즘 유튜브나 구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이하 생략하고, 노션을 활용해 시간 관리하는 나만의 방법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일, 첫째는 나에게 필요한 일을 찾는 것이었다. 직장인일 때는 일이 주어졌지만, 이제는 아무도 나에게 일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나 스스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직장인일 때보다 더욱 적극적인 시간 관리자가 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나에게 있어 현재 가장 필요한 일을 생각했을 때, '나의 역량을 쌓는 것', 곧 '성장'이 1순위였다. 이를 위해 지금 해야 하는 일들을 대학원, 프로젝트 등 여러 영역에서 떠올려보고, 이를 다시 연과 월 단위로 나눠보았다. 대략적으로 생각만 해도 그 수가 상당했다. 따라서 이 내용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노션 페이지에 월간 목표 및 계획을 위한 테이블을 만들었다. 그 안에는 목표 월, 목표 유형(Tags), 마감일(Due Date), 완료 여부 등의 항목을 추가하고, 그에 맞게 데이터를 기입할 수 있도록 했다.
내용을 기입하면, 아래의 이미지와 같이 테이블에 하나씩 쌓이게 된다. 여기서 노션의 기능 중 하나인 sort(분류) 값을 매기면, 그 값에 따라 하나의 테이블을 다양한 형태로 볼 수 있게 된다. 나는 같은 테이블을 '목표 유형'과 '월간 목표'에 따라 다르게 분류해서 볼 수 있도록 설정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이미지 중 <1번>은 sort를 '목표 유형(Tags)' 중심으로 오름차순하여 보인 테이블이고, <2번>은 '목표 월' 중심으로 오름차순하여 보인 것이다. 이렇게 sort값만 다르게 설정해도 하나의 테이블을 두 가지 방식으로 분류해서 볼 수 있다.
앞서 정리한 월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과 기타 개인 용무들을 단계별로 구분하였다. 단계는 ‘대기 - 진행중 - 완료’ 순으로 일의 진행 순서에 따라 나눴으며, 매주 일요일마다 한 주의 진행 상황을 새롭게 업데이트했다. 노션에서는 드래그로 쉽게 각 업무의 단계를 이동시킬 수 있다.
위의 데이터 중에서도 일의 상태가 ‘진행중’인 것들만 filter(여과)해서 이번 주에 해야 할 일들은 따로 모아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 이번 주 할 일을 중심으로 일주일의 시간을 요일 단위로 큼직하게 잘라서 사용했다. 이 방식은 시간을 보다 집중해서 쓰고, 융통성 있게 활용하는 데 매우 유용했다.
더불어, 노션에서는 다양한 보기(view) 형식으로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앞서 <3번> 이미지의 ‘Board view’, <4번> 이미지의 ‘Table view’ 뿐만 아니라 아래의 이미지 <5번>처럼 ‘Calendar view’를 통해 데이터를 살펴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기능을 적극 활용하면, 보다 자신에게 맞는 페이지 설정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시간 관리 습관(원칙)을 만드는 것이 시간 활용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퇴사 후 나는 몇 가지 시간 관리 방법을 습관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중 하나가 "일주일에 무조건 2일 이상 글을 쓴다"였다. 하지만, 작심 3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노션에서 제공하는 '습관 형성 템플릿'을 활용해 아래와 같은 페이지를 만들게 되었다. 나는 운동, 글쓰기 등의 영역마다 내가 형성하고 싶은 시간 관리 습관을 적어놓고, 이를 수행한 날에 해당 빈칸을 체크했다. 그리고 한 주간의 수행 후 성공/실패의 결과를 빠짐없이 평가했다. 이렇게 현재 한 달 정도 수행과 평가의 데이터를 쌓아 왔으며, 실제로 시간 관리 습관을 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글을 마무리하며
퇴사 후 시간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며, 나에게 잘 맞는 시간 관리 방법을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위의 방법과 내용들은 제 개인적인 경험과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참고 정도로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은 툴 중에서 노션은 요즘 여러모로 재미를 느끼며 활용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매우 큰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에 계속 활용해보면서 사용 경험이나 팁이 생기면 나중에 더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