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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꼬르뷔제 Feb 11. 2019

수평적 조직문화 [2부 파시즘의 부활]

절대 권력자의 또 다른 이름 '리더'

1부에서 기술했듯이, 수평적 조직문화는 리더를 제외한 조직원들 간의 수평을 지향하여, 체계를 흐리고 조직원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아사리판을 만든다. 표면적으로는 4~50대 아제들과 20대 청년들이 '님'으로 불리며 웃고 있을지언정 깨져버린 먹이사슬로 인해 보이지 않는 아귀다툼이 벌어지거나 포기하는 자들의 신음 소리는 실날한 뒷담화와 '과감한 블라인드'로 드러난다.


이런 대단한 조직문화를 앞다투어 도입한 이들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그들은 과연 역효과를 짐작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역효과를 역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2부에서는 현상에 근거하여 리더들의 의도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2부 [파시즘의 부활]

IT 부흥기, 네이버가 PC 환경에서 정점을 찍고, 싸이월드가 시들해지기 시작할 이천 년대 중후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급성장한 IT 기업들에서는 적절한 학맥과 인맥, 조금의 센스만 있으면 사원이 수개월 만에 임원급 리더가 되는 일들이 적지아니 발생했다. 이런 인사가 일어나면 조직원들이 동요되고, 적절한 인사인지 반문할 수 있으나, 때는 아직까지 조직체계에 대한 인정이 있던 시기로 모두가 새로운 체계에 빠르게 적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급격하게 성장한 리더들은 조직원들의 연출된 리스팩트를 받기 위해서라도 본인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무리하게 일을 벌이는 경향이 있다. 그 무리함은 더 경험이 많고, 인사이트가 있는 고참 직원들에 의해 수정되고 변경되어 본인들이 꿈꾼 허황된 큰 그림보다는 훨씬 못한 실질적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설사 쓸만한 실질적 결과가 나오게 되더라도, 과정상의 수정과 변경을 일종의 비토라고 생각하며, 본인의 리더십에 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본인이 쉽고 빠르게 올라온 만큼 부하직원이 자신의 자리로 쉽고 빠르게 치고 올라올 것이라는 불안감도 가지게 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본인만의 룰과 영역을 정해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계한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든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고참 선임들은 본인의 칼인 동시에 잠제적 경쟁자로 적지아니 신경이 쓰이는 존재들이 된다. 


'수평적 조직'은 잠제적 경쟁자를 일계 사원들과 동등한 위치로 내려버리는 손쉬운 수단이다.


나름의 영역에서 경험과 권위를 가진 선임자들에게 경험이 적은 사원들이 디베이트를 함으로 손쉽게, 경험과 권위를 깎아내릴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이때, 조금이라도 머리를 쓰는 리더는 선임자들의 말이 옳음에도 참신한 크리에이티브를 짓누르지 말라는 명목으로 허황되고 현실성이 없거나 또는 지극히 원론적인 주장을 준용함으로 선임자의 권위를 꺾는다. 심지어 이를 근거로 동일한 무게의 업무를 분장하며 '함께'라는 명목으로 선임자에게 모든 업무에 대한 책임을 지우지만, - 일의 오너쉽과 성과를 조직원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버리며 - 전체라는 미명 하에 모든 성과를 조직의 몫, 곧 자신의 몫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


'수평적 조직'은 구조조정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수평적 조직에서는 리더 외에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에 리더는 '전제군주'제와 비슷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다시 말해 평가 권한을 독식하게 되는 것이다. 다면 평가는 어디까지나 참고의 수준이지 실질적인 판단은 리더가 한다. 때문에, 리더와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말을 잘 듣는 조직원은 부각시키고, 비판적인 조직원의 입지를 줄여버림으로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고, 위협은 줄여버린다. 

대부분의 비판적인 조직원은 고참 선임일 가능성이 높다. 고참 선임일 경우 경험이 누적됨과 동시에 본인의 영역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당연히 고비용의 인력이 많다. 이러한 고참 선임들이 자주 듣게 되는 말은 '역량 대비 성과'이다. 대부분의 평가는 역량 평가와 성과 평가를 구분 지음에도, 두 가지 평가를 상대적으로 측정하여 저성과자로 도태시켜버린다. 쉽게 말해(예를 들어), 수평 조직에서 모두 같은 일을 했는데 사원급의 한 일과 선임급의 한일이 같지만, 선임급이 역량이 더 높기 때문에 성과를 깎는다는 논리이다.

이쯤 되면, 능력 있는 선임급들은 알아서 이직을 하거나 일부는 전배를 노리고, 또 다른 일부는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거나 회사를 나가버린다.


'수평적 조직'은 전체를 핑계 삼아 리더의 입지와 권위를 강화하는 수단이다.


수평조직에서는 유독 '집단지성'이라는 용어가 남발된다. 누군가의 빛나는 인사이트가 아닌 모두의 생각과 의견이 모인 조직적 정수인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정상적인 집단지성은 수많은 토론을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여 하겠지만, 모든 권한이 리더에게 집중되어 있는 이상 토론과 협의의 과정은 형식적일 뿐 리더의 의지와 의중에 따라 흘러가게 된다. 반론은 곧 비토이고, 이단 행위가 되며 모두가 Yes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 수평 구도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리더의 권한 밖의 일도 실행할 수 있는 힘을 만들고, 권위를 더욱 높임으로써 리더를 더욱더 높은 자리로 끌어올리는 힘을 만든다.


이처럼, 수평적 조직은 리더와 나머지 수평한 자들을 규정지으며, 리더에게 무한 권한과 권위를 부여하는 막강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 수평적 조직이 수평함을 통해 집단의 크리에이티브화 효율을 높인다는 문자 그대로의 해석을 하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리더 입장에서 -나 빼고 모두 수평한- 하나의 리더십을 통해 굴러가는 전체주의적인 조직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것처럼, '수평적 조직' 또한 절대적으로 수직적인 구조인 조직인 것이며, 리더가 이를 악용할 때 지극히 개인적이고 반 조직적인 목적으로 활용하여 부실과 비효율을 양산하고, 조직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

리더가 진심으로 변화를 노리고 수평조직을 실행한다면, 본인부터 리더의 자리에서 내려와 목적에 부합하는 리더를 재선임하고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충분한 커미티를 구성해야 하며, 조직원들 또한 상당히 성숙한 자세로 본인보다는 조직을 위해 희생할 각고가 되어있어야 비로소 수평조직이 성립될 수 있다. 

또한, 이상적 수평한 조직이 성취를 통해 더욱 커지고 성장한다면, 조직이 분할되고 수직 계통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수평조직은 조직 형성의 초기 형태일 뿐 시간이 지나면 수직 계열화되는 수순을 밟는다. 이미 수직 계열화된 조직을 수평화 한다 하여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보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으며,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동경한다 한들 다시 어린이가 될 수 없는 물리적, 생리적 한계처럼 불가능하고 무모한 일에 가깝다.

이를 조직 전문가들이 알지 못할 리도 없지만, 수직 계열화되고 성숙한 조직을 수평화하는 시도를 하는 것과, 수직 계열화되어 성숙해져야 하지만 수평조직으로 방치하는 것은 '절대적 리더십'에 대한 존중인 동시에, 새로운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조스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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