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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Oct 21. 2023

몸살

‘산다’는 말의 산(山)


새우처럼 웅크려 몸을 껴안고 까무룩 잠이 들다 깨다를 반복했다. 간간이 절벽에 기대 우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밤을 새워 우는 기이한 새소리도 들렸다. 섬의 밤은 침묵의 시간일 것 같지만 밤에 는 밤의 생명이 살아간다.


때로는 길 위에서 앓는다. 몸이 앓아 마음을 채근하는지 마음이 앓아 몸을 괴롭히는지 알 수 없다. 홀로 누워 한참을 서럽고 나면 내 몸에 차곡차곡 쌓인 식은땀이 꾹꾹 눌러두었던 곰삭은 눈물처럼 흐른다.


내 몸은 내 몸대로, 내 몸 밖에서 목 놓아 울고 싶었는지 모른다. 마음을 놓는다는 건 마음만의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래서 ‘산다’는 말에는 산(山)이 숨어 있는 것만 같다. 산 너머 산이라는 말은 긴 한숨만 같다. 말은 때때로 사전 밖에서 말이 되는 것만 같다.


사랑은 박제된 여행. 그 그윽한 그늘 안에서 오늘 하루 내 몸이 살았다.






#여행의사연

#몸살

#나몰래몸이뱉는긴한숨_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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