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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Oct 20. 2023

첫여행

설레는 뒷모습에 행복하기


허둥지둥 공항에 도착한다. 색색 가방을 메고 힙한 모자를 쓴, 멋부린 아이들이 내 앞을 오간다. 제주 수학여행단이다. 공항은 온통 초등학생들로 들썩댄다.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을 보며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귀찮기도 하다.


간신히 오른 비행기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에게 달려가면 승무원이나 선생님이 와서 주저앉힌다. 그럼 또 그들은 몸을 일으켜 앞자리 친구에게 말을 걸거나 장난을 친다.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나는 열었던 노트북을 닫고 원고 마감을 조금 미룬다. 일이 될 리가 없다. 대신 옆 자리 초등학생에게 말을 건다. 세 개 초등학교가 한 비행기에 탔다 한다.


소요는 이륙방송이 나오고 비행기가 활주로를 향해 이동하며 잦아든다. 그러자 옆자리 아이들이 속닥대는 게 가까이 들린다.

“영진아, 나 떨려.”

영진이가 앞만 보며 친구에게 대답한다.

“나도 비행기 처음 타.”

둘 모두 요동 없이 좌석에 꼭 붙은 채다. 영진이의 떨림과 설렘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는 둘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른 미소를 짓는다.


비행기는 활주로에 다다라 도움닫기를 하려 서서히 속도를 높인다. 아이들이 ‘오~’하며 합창하듯 한 목소리로 감탄한다. 그리고 비행기 뒷바퀴마저 하늘에 떠올라 공중이라는 걸 완전히 실감하는 순간, 일제히 ‘와~’하며 큰 소리로 환호한다. 비행기 안은 순식간에 아이들의 괴성과 박수소리로 가득하다. 그들을 따라 박수라도 치고 싶은 걸 ‘어른 체면이 있지’ 하며 간신히 참는다.





#여행의사연

#첫경험

#일생에한번두번은그냥경험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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