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4일 : 진은영 시인의 시를 읽다가
1.
진은영 시인의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문학과지성사)』는 두 번째 파트부터 세월호 참사에 관한 시가 나온다. 나는 진은영 시인의 시집 후반부에 있는 ‘죽은 엄마가 아이에게’의 시구가 가슴에 닿아 몇 번 반복해 읽었다.
세상의 비밀을 전해 듣고
분노 속에서 네가 무엇도 만질 수 없을 것 같은 고통을 느낄 때
단 하나의 사물이 되고 싶다
네 손에 잡혀 벽을 향해 던져지며 부서지는 항아리가
단단하게 굳어 제대로 모양 잡힌 기억이
세월호에 오른 아빠와 엄마, 아들의 세 가족의 이야기다. 엄마의 유해는 돌아왔으나 아빠와 아들의 유해는 끝내 찾지 못했다 한다. 이 시는 시인이 '땅에 묻힌 엄마가 (되어) 바닷속 어딘가에 있을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이다.
실은 이 시의 이 단락이, 세월호 참사의 슬픔보다 내 죽은 엄마가 내게 하는 말 같아서 마음이 쓰였다. 억울하게 떠난 나의 엄마가 자꾸만 떠올랐다. 또 그러면서 이것이 나의 개인적인 슬픔으로 치환되어도 괜찮은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세상의 많은 슬픔이 머릿속에 머물다 사라지곤 한다.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가슴이 울지 않는 슬픔. 소설도, 영화도, 뉴스도. 그런 순간에는 나 자신이 몹시 못마땅하고 밉기도 했다. 내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그것은 굉장히 예외적인 슬픔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한참의 눈물을 흘린 후였다. 내게는 좀체 일어나지 않았던 일. 그것이 내 가족의 일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그 이상일 수도 있다.
2.
진은영 시인은 고명재 시인이 북토크에서 언급해(추천에 가까운) 알았다. 시인의 시집 가운데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읽고 나서, 시집 뒤에 있는 신형철의 해설을 읽는다. 시를 천천히 두 번씩 읽었는데 알 듯 모를 듯하고, 모를 듯한 부분을 알고 싶어서.
우리는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고 또 소통하면서 그를 자기 안에 들인다.
그의 글처럼 ‘죽은 엄마가 아이에게’를 반복해 읽다가, 나는 시 속 죽은 엄마의 마음이 아파서, 바다에 잠든 시 속의 아이에게 이입하고 말았는데 그러자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밀려 내려왔다. 이것은 나의 일은 아닐지언정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내 엄마의 죽음을 생각하면 슬프고, 세상의 슬픈 일을 머리로 마주하며 엄마의 죽음을 떠올릴 때, 그것은 가슴으로 내려와 그들의 슬픔을 일깨운다. 비로소 나는 세상의 슬픔에 조금씩 다가서는 법을 배운다. 엄마를 내 안에 들이므로 나는 모든 슬픔을 알아간다. 엄마는 사라졌지만, 엄마는 그렇게 내가 세상의 슬픔을 마주할 수 있는 창을 열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