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신
반신욕
평소에도 반신욕을 좋아한다. 요즘같이 찬 바람이 강해지는 추운 겨울에는 더욱 자주한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엄마와 함께 목욕탕에서 즐기는 반신욕이다. 집에서 사색을 즐기며 혼자하는 반신욕도 좋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간 목욕탕에서 즐기는 맛있는 대화와 뜨끈한 온탕에서의 반신욕은 곱절로 좋다.
설렘
특히 겨울에는 2주의 한 번은 집 근처 목욕탕을 간다. 기존에는 세신을 자주 하지 않았었는데 최근들어 갈 때마다 세신을 한다. 너무나도 달콤한 세신의 맛이 중독되어 버렸다. 세신을 더한 엄마와의 목욕탕 방문은 마치 여행가기 전 마음처럼 들뜨고 설렌다. 일요일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겸 점심을 먹고 쉬다가 또 잠이 드어 눈뜨니 어느새 4시다. 서둘러 엄마와 함께 목욕탕을 가기 위해 나섰다.
세신
그렇게 목욕탕에 도착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온탕에서 엄마와 서둘러 때를 불린다. 엄마의 투자 철학과 최근 경제 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우리 차례. 핑크색 세신 베드에 누워 아기가 된듯 나의 몸을 맡긴다.
어릴적 엄마가 때를 밀어주던 때가 떠오른다. 크게 아프지도 않으면서 괜스레 엄살을 부리며 아프다고 투정을 부렸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등을 찰지게 '찰싹' 한 대 치며 '가만 있어!'하고 등을 밀어주던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런 엄마가 있다는게 좋았다. 그런 엄마가 나를 위해 때를 밀어주고 있다는게 좋았다. 그 소리가 듣기 좋아 엄살을 부리며 입술을 앙 다물고 웃음을 참던 내가 떠오른다.
돈이 좋다.
추억에 잠겨 가만히 세신을 받다보니 말랑해진 머리 만큼이나 몸에 시원함이 느껴진다. 온몸에 피가 머리부터 발까지 돌며 혈액순환이 되는 느낌이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세신받는 내내 머리 속에 가득찬 문장. '돈이 좋긴 좋다.' 오이 마사지를 곁들인 세신 4만원. 4만원이면 가만히 누워서 가벼운 마사지와 온 몸의 때를 벗길 수 있다. 많다면 많은 돈이고 괜찮다면 괜찮은 금액. 이렇게 세신을 받으면 스스로 때를 밀 때처럼 힘들거나 지칠 일도 없다. 그렇게 가만히 누워서 때를 벗기고 나면 스스로 때를 밀었으면 소모했을 나의 힘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돈으로 나의 에너지도 산 셈이다.
엄마와의 행복한 시간
세신이 끝나면 밀어주신 여사님께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를 한다. 정말 감사하다. 가볍게 씻고 나와 엄마와 근처 스타벅스에서 시원한 말차라떼를 한 잔 들이키며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내일까지 완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책도 읽었다. 정말 기분 좋고 상쾌했다. 뽀오얗게 밝아진 엄마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참 흐믓하다.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집에가는 길에 따끈한 붕어빵을 사먹어야겠다. '생선은 해산물이니까 살 안찌겠다.'는 농담도 꼭 곁들여야지.
[오늘의 시]
좋다.
와아, 좋다.
정말 시원하다.
오우, 따뜻해.
크으으 너무 좋다.
- 세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