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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슴 Jul 11. 2023

#1. 모두의영화를 기획하다

비전공자 영화 촬영기 '모두의영화'



문예창작학을 전공했지만, 고작해야 대학시절 습작으로 쓴 희곡과 시나리오 몇 편이 전부였다. 졸업 후, 취업하고 출근을 하게 되니 습작은 자연스레 멈췄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최대한 머릿속 스위치를 끄고 방전되어버리는 날들. 내 생각을 담은 습작과 글 쓰는 시간은 무용한 일이 되었다. 문학과 영화, 연극에 원대한 꿈을 꾸고 거기에 내 인생을, 미래를 맡겨보겠다는 포부를 가져본 적도 없다. 그만큼 열심히, 또 절실히 매달려 밤을 새며 글써본 적도 거의 없다. 아 이제와 생각해보니, 내 20대는 그냥저냥 적당한 노력으로 적당하게, 아니 조금은 나태하게 흘러갔구나.

 

2022년, 우연한 기회로 단편영화를 촬영에 참여하게 되었다. 바로 마을영화만들기 프로젝트로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영화 만들기' 경험을 제공하는 지원사업이었다. 나는 배우 역할을 맡아 마음껏(?) 발연기를 펼쳤다. 그렇게 탄생한 11분 짜리 단편영화 한 편.


그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사업 주최 측에서 마련해준 GV도 무사히 마쳤다. 대학시절 어설픈 첫 작품을 선배들 앞에서 내보일 때처럼 한껏 부끄러웠다. 결과물이 어떻든, 기어코 마침표를 찍은 데에 의미를 두었다. 


다시 일상은 물밀듯 덮쳐왔고 왠지 나는 다시 원래 있던 이전의 자리로 되돌아간 것 같았지만, 내 마음 어딘가엔 그 순간이 기념비처럼 우뚝 남아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꼭 다시 한 번 영화를 찍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한 건 아니었다.


올해 봄, 청년 자기주도형 프로젝트 공고를 발견했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청년이 본인을 위한 프로젝트이자, 그리고 동시대 청년에게도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제안하는 지원사업이었다. 


제출 마감 5일 전, 어딘가에 홀린 듯이 그 자리에서 기획서를 작성해봤다. 꼭 준비해온 프로젝트가 있었던 것처럼 막히지 않고 머리속에 쌓여있던 생각을 풀어냈다. 단편영화를 찍고, 상영회를 개최하겠다는 내용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업계획서에 제출한 프로젝트 소개글은 다음과 같다.

같은 배우, 같은 장소, 같은 장비, 그리고 청년.
최소 장비와 인원으로 ‘청년’을 담은 두 편의 영화를 만듭니다. 
영화를 함께 보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두의 자리를 엽니다.

같은 배우/로케이션/장비/주제를 바탕으로 다른 시각을 가진 두 청년이 만나 두 편의 단편 영화(한 편당 15분 내외)를 만듭니다. 상영회를 개최해 영화를 함께 보고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그 이야기는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 의문과 고민, 관심과 희망이거나, 혹은 그 모든 것이 ‘청년의 지금’일 수도 있습니다.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누구의 영화’로 시작해 ‘당신의 영화’를 거쳐
종국에는 ‘모두의 영화’로 확장되길 바라는 청년창작 커뮤니티 프로젝트입니다.


 


1차 서류 합격했다.

2차 최종까지 붙어버렸다.


어쩜.

영화를 찍을 기회가 다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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